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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유업계 '횡재세' 논란…이제 간섭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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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유업계 '횡재세' 논란…이제 간섭 멈춰야


산업부 김정희 기자
산업부 김정희 기자


지난 여름, 정유업계와 정치권을 달군 이슈는 '횡재세'였다. Windfall tax라 부르고 예상 밖의 행운을 말한다. 즉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초과 이익)을 낸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논란이 시작된 건 국내 4개 정유사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달성해서다. 정유사별로 보면 GS칼텍스는 영업익 2조1320억원, 현대오일뱅크는 1조3702억원, 에쓰오일은 1조7219억원, SK이노베이션은 2조3292억원을 기록했다. 더하면 7조5533억원에 이른다.

이때부터 정치권에서 앞서 설명했던 횡재세를 정유사들에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타이밍도 맞았다. 횡재세가 논란이 됐을 당시 미국은 초과이윤이 10%가 넘는 석유기업에 세금 21%를 추가로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고 영국·이탈리아도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사정이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수익 구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의 횡재세 부과를 위한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0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한국형 횡재세법 쟁점과 입법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된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추세가 된 횡재세를 국내에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주를 끝으로 정유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횡재세 논란에 대한 이유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GS칼텍스는 61.6%, 현대오일뱅크는 48.8%, 에쓰오일은 70.3%, SK이노베이션은 69.78%가 떨어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전 분기 대비 각각 5525억원, 1조6270억원, 1조2102억원, 1조4280억원이 줄었다. 한 분기만에 실적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다.

기업과 정부 또는 정치권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한두 번 실적이 좋아졌다고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경제나 산업의 현실을 모르고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제를 생각한다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그의 자서전인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말했던 것을 다시 곱씹어 봐야 한다. 그는 "정부는 정부가 할 일을 하고, 기업이 할 일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면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활기를 잃게 해 경제를 망가뜨린다"고 했다.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기업의 현실과 사정을 더욱 주의 깊게 살피고 지원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돼야 한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