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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건비와 맞바꾼 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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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건비와 맞바꾼 수익성

전지현 유통경제 부장
전지현 유통경제 부장

"지난해 영업이익 하락 배경에는 인건비가 포함됐습니다. 사무직들의 경우 인건비 인상이 크지 않았지만 생산직들은 협상을 통해 매해 올리고 있어서죠. 전기료 인상, 원재료 비용 상승 압박에 더해 인건비 인상까지 겹치니 영업이익이 2~3% 수준의 기업들은 감내하기 힘든 지경입니다."

국내 식품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식품업계가 지난해를 마무리한 실적이 공개되자 시장의 시선은 싸늘했다. 지난해 1월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커졌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제품값 인상 소식을 안겼던 이 업계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며 연일 호실적을 내놨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넘긴 식품기업은 총 8곳으로, 2021년 4곳에 비해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매출 3조원' 이하 기업으로까지 확대하면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한 곳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대부분 지난 한 해 동안 가격 인상 소식을 안겼던 곳이었단 점에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영업이익까지 챙긴 곳은 많지 않았고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이 영업이익 하락 배경으로 '인건비'를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평균 임금이 높은 IT업계나 귀족노조란 오명을 갖고 있는 자동차 업계도 아닌 연봉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유명한 식품업계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 것은 왜였을까. 답은 영업이익률에 있었다. 식품업계는 마진율이 낮은 내수업종이란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독 낮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물류비, 가공비, 원부자재 등 각종 제반 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인건비율까지 높아지기만 하니 기업 경영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실제 10년 전까지만 해도 5~6%를 보였던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대로 떨어졌다. 즉, 지난해 식품업계는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20원을 남겼단 이야기다.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영업 내실이 심각하게 부실해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인 곳은 식품업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마트 역시 지난해 29조원이란 '최대 매출' 달성에도 영업이익은 앞선 연도에 비해 절반 이상 뚝 떨어졌고, 10년 전 7%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0.5%까지 고꾸라졌다.

가구업계 역시 지난해 현대리바트가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현대백화점 품에 안긴 뒤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샘은 200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풀무원과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의 '앓는 소리'는 매년 협상을 통해 임금을 올리는 생산직 근로자에게로 향하고 있다. 제조 기반 기업들의 고용 형태는 생산직과 사무직으로 나뉘는데, 과거 생산직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노조가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다 보니 관행적으로 생산직 중심으로만 처우 개선이 이뤄진 탓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MZ세대 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MZ사무노조'가 결성되고, 노조와 노조원이 불법 쟁의행위를 해도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를 할 수 없도록 한 '노란봉투법'의 처리 강행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관련 업계는 올해도 불확실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해는 가격 인상 여지는 더 남았는데 소비 한파가 덮치면서 매출마저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번져가는 임금인상 요구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키워 경영 성과와 상관없는 '저효율 고비용' 형태를 고착화시킨다.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라가면,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물가는 뛰고 국민소득은 줄어드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모두의 자중과 고통 분담이 절실하다.


전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e787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