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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절반의 성공 거둔 '64일간의 은행장'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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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절반의 성공 거둔 '64일간의 은행장' 오디션

정성화 금융부 기자
정성화 금융부 기자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우리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이끌 차기 수장으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낙점됐다.

이번 우리은행장 선발 과정은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지난 3월 24일 금융권 최초로 오디션 형식의 '4단계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조 내정자를 비롯해 우리은행의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과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등 4명을 선정해 무려 2개월 넘는 평가 시간을 가졌다.

'은행장 오디션' 도입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임종룡 회장의 취임 일성과 맞닿아 있다.

그간 4대 금융지주는 회장을 위원장으로 둔 자추위를 두세 번 정도 열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했다. 회장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일 뿐만 아니라 깜깜이식 졸속 인사라는 비판도 컸다.

은행장 오디션은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은행장 선정 절차가 너무 빨라 졸속 논란을 낳는다고 지적했던 금융당국은 이번 시도를 높게 평가했고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을 중시한다는 그룹 경영방침에 적합한 인물이 은행장으로 선정됐다는 평가가 우리금융 안팎에서 나와서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공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철통 보안'으로 검증과정이 진행되면서 '밀실 오디션'에 그쳤고 여전히 회장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아울러 최종 후보자 선정까지 소요 시간이 길어진 것 외에는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룹 경영에 혼선만 빚는다는 비판도 있다. 조 내정자의 경우 지난 3월 23일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로 선임됐는데 바로 다음 날부터 은행장 오디션에 참여했고, 두 달 만에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낙점되면서 우리금융캐피탈의 경영 공백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금융의 이번 시도가 은행권 전반의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길 희망해 본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