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영화 투자 자문사의 1천억원대 사기처럼 잊힐 만하면 등장하는 대형 범죄가 있다. 서민들이 모아놓은 재산을 모조리 털어가는 폰지사기(Ponzi Scheme)이다.
폰지사기는 그 피해액이 수조 원에 달하고 피해자가 광범위한 다중 서민 사기로, 한 번 발생할 때마다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매번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서 돈을 편취하는 포식자들의 사냥은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폰지사기는 다단계 사기, 피라미드 금융사기 등으로 불린다. 약 100년 전 이탈리아계 미국인 찰스 폰지가 최초로 만들어낸 사기 수법이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서민들로부터 천문학적 금액의 돈을 뽑아내는 폰지사기는 수법이 비슷하며 적용되는 죄명도 유사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사기죄, 유사수신행위처벌에관한법률 위반죄,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죄 세 가지 범죄가 한 세트로 구성된다.
사기꾼은 보통 '이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파격적인 고수익을 지급한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거나 아는 사람을 소개하여 투자자로 만들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거나 모집수당을 지급한다"라고 광고하는데, 이 말속에는 위 세 가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징표가 모두 들어있다.
가상자산, 태양광 사업, 주식투자, 기획부동산, 기타 피해 규모가 큰 투자사기는 모두 다단계 방식을 취하는데, 수많은 사람에게 최단 기간에 거액의 돈을 편취할 수 있어서 사기꾼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다단계 방식은 자신이 거느리는 하위 모든 회원으로부터 수익금 일부를 취하는 것으로, 회원 1인에게서 나오는 돈을 그 위단계의 모든 회원이 나누어 갖는 것이다. 회원 수는 상위 단계로 갈수록 줄고 하위 단계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거느리는 회원이 많아질수록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피라미드 위단계에 모든 자본이 집중되는 구조라서 극소수만 이익을 독점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손해는 점점 커져 최하위 단계가 가장 극심한 손해를 입는다. 피라미드 정점에서 독식하는 자를 제외한 하위 99%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런 다단계 사기는 몇 가지 정형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수익을 창출하는 어떤 사업도 하지 않는다. 수출하는 유명한 화장품 회사라고 소문났는데 공장이나 물건이 없는 경우다. 투자자가 수익금으로 받는 돈은 사업을 통해 창출한 이윤이 아니라 신규 회원에게 투자금을 받아서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회원모집에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투자수당보다 모집수당을 더 주므로 처음에 투자자로 들어온 사람도 결국 전부 모집책을 하게 된다.
참가자는 대개 지인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한다. 가족, 친구, 동료의 소개로 유입된 후에는 모집수당을 받기 위해 다시 주위 사람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사는 처음에는 약정한 수익금을 어김없이 잘 지급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고 주변 사람에게 홍보하게 만들어 사기판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서이다.
투자 아이템은 당시 가장 핫한 품목이다. “요새 이게 뜬다더라.” 또는 “누구는 여기에 투자해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더라”라는 소문을 퍼트려 사람을 현혹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을 벌인다. 대형 콘퍼런스 룸을 빌려서 호화스러운 투자 설명회, 간담회를 개최하거나 정치인, 유명인, 연예인을 동원하여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폰지사기 투자사는 자금관리 투명성이 낮고 정보의 정확성이나 접근성이 떨어진다. 돈의 사용처를 명확히 구별해놓지 않고, 하나의 계좌로 돌려막기를 쉽게 할 수 있게 하여 언제라도 자금을 빼돌릴 준비를 한다.
결국 신규 회원 유입 속도가 느려지거나 중단되는 시점이 오면 사업은 필연적으로 도산하고 운영진은 돈을 챙겨 들고 해외로 잠적하거나 도주한다.
폰지사기의 특징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을 벌면 가해자이고 잃으면 피해자이다. 그런데 참가자 중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으므로, 대다수는 피해자가 된다.
또한 피해자는 언제라도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고, 본인이 피해자지만 자신이 끌어들인 하위 회원에게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큰 사건이 터지면 회장과 임원진 등 상책은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지만, 처벌받지 않은 수많은 하위 회원은 여태껏 보고 배운 방식을 사용하여 또 다른 다단계 사기를 기획하기도 한다.
이처럼 폰지사기는 인간의 욕망을 교묘히 파고들어 온 정신과 재산을 남김없이 털어가는 것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key@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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