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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학교폭력과 장난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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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학교폭력과 장난의 경계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학창 시절 추억은 소중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악몽이다. 유명한 드라마와 각종 뉴스 보도를 통해 학교폭력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금, ‘학교폭력’에 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이란 학생을 대상으로 신체적,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신체, 정신, 재산상 피해를 주는 모든 종류의 괴롭힘이 여기에 해당하므로 학교폭력은 형사 처벌 대상인 범죄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의 삶을 짓밟는 행위이므로 당연히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실무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미성년자인 학생이라도 폭력의 정도가 심해서 무엇보다 피해 학생을 정신적‧육체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규정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란 지적이 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이를 남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학교폭력은 성인 범죄를 능가할 정도로 잔인하고 악랄할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의 소소한 다툼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도 존재한다.

본 법무법인이 수행한 사건 중에는 어른들 싸움으로 아이들이 상처받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끼리 이름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싸움으로 번진 사건이었다.

피해 학생은 속상한 마음에 부모님께 가해 학생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으나, 피해 학생 부모가 이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것이다. 같은 반 친구였던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과 분리 조치 되었고 학폭 가해자라고 알려지면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사이는 멀어졌다. (피해 학생과의 분리 조치는 학교폭력 사건의 가장 첫 번째 단계이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으로부터 사과받고 화해한 뒤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이미 학교폭력으로 사건이 접수되었고 이후에 피해 학생 부모가 학교의 화해 조치에 강력히 항의하여 교육지원청으로 사건이 이관됐다. 최종적으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평소 친했던 두 학생의 관계는 끝났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 상처를 받은 씁쓸한 사건으로 남았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학교폭력과 아이들 장난의 경계선에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피해를 보았다면 주저하지 말고 학교에 신고해야 하지만, 어른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피해 학생의 솔직하고 진정한 마음을 들을 수 없다.

큰 피해를 당한 학생은 보호받기를 원하지만, 작은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가해 학생에게 사과받고 싶어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학교폭력으로 큰 피해를 당했는데도 주목받고 싶지 않은 학생과 스스로 작은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따돌림을 받기 싫다는 이유로 피해를 축소하는 학생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피해 학생의 상황에 따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심각한 학교폭력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관용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지만, 아이들의 다툼 일체를 학교폭력으로 취급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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