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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불안 키운 '깜깜이' 함량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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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불안 키운 '깜깜이' 함량 표기

유통경제부 김성준 기자
유통경제부 김성준 기자
설탕 대체 감미료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했지만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이전과 같은 양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발암물질을 4개 군(1-2A-2B-3)으로 분류한다. 2B군은 이 중 셋째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배기가스와 납에서부터 김치나 전자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질이 2B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발암 가능 물질’이라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일반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이다. 해당 기준은 각 제품을 허용량 이내로만 섭취한다면 매일 평생 먹더라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규정한 양이다. 아스파탐 안전성에 대해 ‘제로 콜라 55캔’이나 ‘과자 300봉지’ 등 비현실적인 양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도 해당 제품으로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을 넘으려면 필요한 양이 저만큼이나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정 제품의 ‘안전한 섭취량’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식품 뒷면의 원재료 표기에는 아스파탐 등의 첨가물 목록을 명시하긴 하지만 함유량은 별도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 제조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제품 상세 정보 페이지에서도 관련 정보는 얻을 수 없다. 제조업체들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정확한 아스파탐 함량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체에 제품 레시피는 민감한 사항인 만큼 기업들이 구체적인 감미료 함량을 공개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스파탐 유해성을 걱정하는 소비자에게 ‘제로 콜라 55캔’이나 ‘과자 300봉지’는 너무 두루뭉술한 기준이다. 식약처가 발표한 자료에서조차 ‘아스파탐 OO㎎ 함유시’를 기준으로 표시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로서는 해당 함유량 기준이 품목 내 제품들의 평균치인지, 품목 내 제품의 최대 함유량인지, 아니면 특정 제품 기준인지 알 방법이 없다.

아스파탐 발암물질 지정 과정에서 소비자 사이에 과도한 공포가 확산되며 이른바 ‘괴담’이 퍼졌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비판에 앞서 왜 소비자가 불안해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과도한 공포는 불확실한 정보에서 기인한다. 소비자 불안을 단순히 ‘괴담’으로 치부하기보다 소비자가 스스로 섭취량을 판단할 수 있도록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