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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 금융정책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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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 금융정책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을 고민할 때

"빛보기 전에 빚부터 지는 세상"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젊은 청년의 자조 섞인 댓글이다. 이 댓글로 요약할 수 있는 현 2030세대의 상황은 위기 그 자체다.
어렵사리 대학을 마쳐도 취업난에 허덕이고 재학 중 받았던 학자금 대출의 상환일은 다가오며 청년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 체납률은 15%를 넘어서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납액 또한 지난 2018년과 비교해 5년 사이에 2.7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희망 찬 인생 설계를 해나가야 하는 나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고금리와 취업난을 견디지 못해 또다시 대출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빚을 지게 되고 한 번 빠진 이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이미 청년층의 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개 시중은행의 20대 신용대출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4%로 1년 전인 0.7% 대비 2배나 뛰어올랐다.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50만~300만원의 소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비상금대출의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비상금대출은 금리가 일반 신용대출보다 높지만 별다른 기준 없이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주로 2030대 청년층이 많이 이용한다.

비상금대출을 취급하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8월 말 기준 소액대출 연체액은 약 200억원이다. 이 중 2030세대가 차지한 비율은 69.9%로 연체액의 절반 이상을 청년층이 차지했다.
채무 부담이 가중되며 상환 능력이 악화된 청년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에 내몰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개인워크아웃을 찾는 청년이 늘면서 이 제도를 통해 원금을 감면받은 규모도 최근 6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위험 신호를 감지했는지 청년층에 치우친 각종 금융정책을 쏟아냈다.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도약계좌를 도입했고, 청년 부실 차주들을 위해 이자 금리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청년 특례 채무 조정 제도’도 도입했다.

최근에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가입 연령을 34세 이하만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4050세대에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렇듯 계속 청년들을 위한 금융정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왜인지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는 청년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몰아주면서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청년층의 현 상황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행하는 청년 금융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점검해야 하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청년 부채 문제를 해소하고 상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통적으로는 취업난 문제 해소와 더불어 금융교육 의무화, 청년 부채 확산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지책 마련 등을 꼽았다.

2030세대 청년들은 향후 국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구성원이다. 그들이 갈 곳을 잃지 않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정부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