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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Sitting’이 아닌 ‘Meeting’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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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Sitting’이 아닌 ‘Meeting’이 되려면

김원상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
김원상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유명 영화 주인공의 독백이 아닌 어떤 회의의 한 장면이다. 의견을 내라고 해서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말하면 싸늘한 반응이 돌아온다. 날 선 피드백은 의견 개진자의 마음에 아프게 박힌다. 회의 주최자의 서슬 퍼런 눈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척 수첩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적는다.
이런 회의가 되지 않으려면 누구보다 회의 주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바르게 모으고, 더 좋은 생각을 나누고, 제대로 결론에 이르게 하는, 이른바 ‘미팅 퍼실리테이션(Meeting Facilitation)’ 기술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올바르게 모으려면 첫째, “왜 모으려고 하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회의의 목적이 정보 공유인지, 의사결정인지, 아이디어 도출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회의가 끝났을 때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 자체가 회의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바쁜 사람들을 모아 회의를 했다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 성과란 무엇인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직에 제공해야 하는 결과적 효익이다. 예를 들면 ‘청소를 한 것’은 성과가 아니지만 ‘청결한 상태를 만든 것’은 성과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성과가 아니지만 ‘성적을 올린 것’은 성과다. 셋째, “누가 참여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RAPID 프레임워크에 따라 Recommend(제안), Agree(동의), Perform(실행), Input(검토), Decide(결정)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들을 회의에 소집하는 것이 좋다.

회의에서 더 좋은 생각을 나누려면 첫째, 참석자 간 체크인(Check-in)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갑작스럽고 건조하게 회의의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말고, 깊은 고민 없이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좋다. 서로를 잘 모른다면 간단한 자기소개를 통해 이름을 외우게 하고, 긍정 언어와 감사 표현, 공통 관심사와 경험을 공유한다면 이후의 논의는 좀 더 부드럽게 진행될 것이다. 둘째,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사회적 불안, 의견과 표현을 스스로 제한하는 자기검열, 의견과 견해의 부족함으로 판단받지 않을 거라는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판단을 연기하고, 침묵을 인내하고, 말을 아끼는 용기가 필요하다. 셋째, 아이디어의 발산을 촉진해야 한다. 흔히 사용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브레인스토밍’이 아닐까 싶다. 브레인스토밍은 ‘질’보다는 ‘양’, ‘비판’보다는 ‘경청’을 원칙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이디어 발산 단계인 브레인스토밍 시간에는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유도하고, 의사결정은 아이디어의 수렴 단계에서 진행하는 시간 분리 방식의 회의 진행이 필요하다.

제대로 결론에 이르려면 첫째, 메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메타 의사결정은 결정에 대한 결정(Decision about deciding)으로 어떻게 결정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 스튜디오인 픽사(Pixar)는 회의 참석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결정은 오로지 감독이 한다. 만장일치, 다수결, 중요도-긴급도 평가 등 회의 목적, 목표, 안건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메타 의사결정을 내리면 된다. 둘째, 회의를 마치기 전 참석자 모두에게 회의의 결론을 메모지에 작성하게 해보는 것이 좋다. 1분만 투자해서 이 활동을 진행해 보면 의외로 참석자들이 동상이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다는 ‘투명성 착각’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상회의라면 채팅창에 입력하도록 하면 된다. 셋째, 단순 회의록이 아닌 실행계획서를 회의 석상에서 바로 작성해야 한다. 결정된 사안을 누가, 언제까지 이행하면 되는지를 결정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 전에는 올바르게 모으며 회의 몰입의 기반을 디자인하고, 회의 중에는 몰입과 참여를 촉진하며 더 좋은 생각을 나누고, 회의의 끝에는 실행의 기반을 마련하며 제대로 결론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행의 구속력이 없는 의견만 오가는 ‘Sitting’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논의하여 성과를 만드는 ‘Meeting’이 필요하다.


김원상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