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 주인공의 독백이 아닌 어떤 회의의 한 장면이다. 의견을 내라고 해서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말하면 싸늘한 반응이 돌아온다. 날 선 피드백은 의견 개진자의 마음에 아프게 박힌다. 회의 주최자의 서슬 퍼런 눈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척 수첩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적는다.
올바르게 모으려면 첫째, “왜 모으려고 하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회의의 목적이 정보 공유인지, 의사결정인지, 아이디어 도출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회의가 끝났을 때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 자체가 회의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바쁜 사람들을 모아 회의를 했다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 성과란 무엇인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직에 제공해야 하는 결과적 효익이다. 예를 들면 ‘청소를 한 것’은 성과가 아니지만 ‘청결한 상태를 만든 것’은 성과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성과가 아니지만 ‘성적을 올린 것’은 성과다. 셋째, “누가 참여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RAPID 프레임워크에 따라 Recommend(제안), Agree(동의), Perform(실행), Input(검토), Decide(결정)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들을 회의에 소집하는 것이 좋다.
제대로 결론에 이르려면 첫째, 메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메타 의사결정은 결정에 대한 결정(Decision about deciding)으로 어떻게 결정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 스튜디오인 픽사(Pixar)는 회의 참석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결정은 오로지 감독이 한다. 만장일치, 다수결, 중요도-긴급도 평가 등 회의 목적, 목표, 안건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메타 의사결정을 내리면 된다. 둘째, 회의를 마치기 전 참석자 모두에게 회의의 결론을 메모지에 작성하게 해보는 것이 좋다. 1분만 투자해서 이 활동을 진행해 보면 의외로 참석자들이 동상이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다는 ‘투명성 착각’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상회의라면 채팅창에 입력하도록 하면 된다. 셋째, 단순 회의록이 아닌 실행계획서를 회의 석상에서 바로 작성해야 한다. 결정된 사안을 누가, 언제까지 이행하면 되는지를 결정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 전에는 올바르게 모으며 회의 몰입의 기반을 디자인하고, 회의 중에는 몰입과 참여를 촉진하며 더 좋은 생각을 나누고, 회의의 끝에는 실행의 기반을 마련하며 제대로 결론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행의 구속력이 없는 의견만 오가는 ‘Sitting’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논의하여 성과를 만드는 ‘Meeting’이 필요하다.
김원상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