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투 자체가 프랑스의 홈그라운드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당시 지형을 보면 프랑스군이 경사진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영국군은 경사지 아래 쪽에 위치해 있었다. 경사지 양측은 숲으로 덮여 있어 정면 대결 외에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병력 구성 면에서도 프랑스군이 1만2000~3만6000명 수준으로 영국군보다 2~3배 많았고, 프랑스군이 중장갑 기병 중심이었던 것에 비해 영국군은 중장갑 보병 중심이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전투 전날 비가 많이 내려 전장이 모두 질퍽한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아쟁쿠르 전투에서 영국군은 일단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쟁터를 선점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헨리 5세가 이끄는 영국군은 어떻게 우세한 프랑스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
책 '문샷'에는 로켓 재료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거꾸로 사이버트럭 ‘엑소스켈레톤’ 제작을 결정한 일론 머스크의 사례가 나온다. 로켓 부품의 80% 정도를 내부에서 생산해 가격과 품질을 둘 다 잡은 부분도 크지만, 우주선용 합판 생산을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역발상을 통해 사이버트럭을 양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불리한 상황과 환경을 뒤집은 문샷 전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이런 기조가 1~2년 이상 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비즈니스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이미 시장을 선점한 큰 기업들보다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어쩌면 내가 속한 조직은 방어력이 약한 경보병으로 경쟁자들과 맞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동일한 시장 환경을 역이용하는 창발적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 내가 싸우고 있는 전쟁터의 어려운 환경(진흙탕)에 주목하고, 이 장애물을 역이용할 수 있는 아군의 자원(경보병)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모색해볼 때다. 물론, 승리를 위해서는 헨리 5세 같은 리더와 그를 따르고 헌신하는 핵심 인력도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박성우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