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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질 바이든과 미셸 오바마의 '엇갈린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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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질 바이든과 미셸 오바마의 '엇갈린 선택'

질은 바이든에 대선 출마 종용, 미셸은 바이든의 대타 자리 극구 사양


미국 정치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하차론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올해 81세인 바이든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리치고 승리하면, 내년 1월 82세에 집권 2기를 시작해 86세에 물러난다. 바이든이 최근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에 줄곧 밀리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플랜B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바이든이 도중하차하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최고 주자로 미셸 오바마가 거론된다. 미셸은 대통령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남편 오바마가 대선에 나가려 할 때도 미셸이 완강하게 반대했었다. 미셸은 바이든의 대타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민주당 일각의 바람에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책사 데이비드 엑셀로드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은 CNN과 한 인터뷰에서 미셸이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묻는 말에 “내가 내년에 볼쇼이 발레단에서 공연할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그럴 일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미셸의 등판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스위크는 최근 도박 사이트 베트페어(Betfair)를 인용해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이 69%라고 보도했다. 바이든의 뒤를 이어 후보 확률이 가장 높은 인물이 미셸이다. 미셸의 확률은 11%로 나타났다.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7.7%,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6.3%,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1.3%,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3%, 힐러리 클린턴 1.1% 등의 순이다.

바이든이 대타를 내세웠을 때 트럼프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이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양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해리스가 ‘계륵(鷄肋)’이라는 점이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밑천이 드러나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이 해리스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흑인 여성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기반인 여성과 흑인의 지원 없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해리스 이외의 다른 인물도 아직 트럼프를 상대하기는 버겁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에머슨대는 지난 16일 트럼프민주당 대체 후보군의 가상대결 여론 조사에서 뉴섬 주지사는 10%포인트 차, 휘트머 주지사는 12%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각각 뒤졌다고 밝혔다. 오히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에 오차범위 내인 3%포인트 격차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안팎에서 미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미셸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대선 전망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등장이 심히 걱정된다는 말이다.

바이든이 미셸에게 후보 자리를 넘겨주는 데 최대 장애물로 질 바이든 여사가 꼽힌다. 한국계 로버트 허 특검이 최근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바이든을 ‘기억력 나쁜 노인’이라고 했다. 질 바이든은 즉각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부정확하고 정치적인 인신공격"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질 여사는 그 누구보다 바이든에게 재선 출마를 종용했다. 바이든에게 불출마를 권유할 유일한 사람이 질이나 그녀의 태도가 이러니 바이든이 중도에 그만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질이 미셸처럼 정치적 야망이 없었으면 미국 대선 판도와 글로벌 정세는 근본적으로 달라졌을 것이다. 최후의 조언자인 퍼스트레이디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할 수 있어야 역사의 평가를 받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