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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 금융 문맹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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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 금융 문맹 시대’ 개막

얼마 전 지하철에서 노부부인 어르신께서 스마트폰 간편결제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하려고 끙끙대시는 모습을 봤다. 어르신 두 분은 반듯한 네모 안 정중앙에 맞춰 신용카드 촬영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하셨다.

간편결제 앱은 신용카드 앞면이나 뒷면에 적힌 카드번호와 CVC 등을 촬영해 입력하는 방식인데, 어르신께서 이용하는 카드는 뒷면에만 정보가 있는 카드였다. 어르신께서는 카드 정보 입력 방식이 아닌 ‘카드 자체’를 촬영해야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신 듯 보였다.
다른 세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을 보이는 고령층의 디지털 문해력은 금융권 내에서도 해결과제로 지목된다. 디지털 경험이 풍부한 20·30·40세대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50대와 달리 60대에 들어서면 IT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보험연구원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60대 이상 고령자 81%는 우대금리를 받지 못했다. 반면 20·30세대의 경우 우대금리에 실패한 비중이 17%에 그쳤다. 고령층의 정보 이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특히 60대부터는 인터넷뱅킹 이용률 역시 급격하게 낮아졌다. 다른 세대의 경우 실물현금 사용 비중이 20% 아래였지만 고령층의 50% 정도는 여전히 현금 사용을 선호했다.

세대별 정보화 역량을 수식화한 재미있는 분석도 있다. 정보의 활용도를 %로 전환했을 때 20·30·40세대의 정보화 역량은 최대 130%에 달한다. 스마트폰·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이용할 때 13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반면 50대부터는 92%로 떨어지고 60대 59.3%, 70대 들어선 22.4%로 크게 하락한다.

세대별로 디지털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디지털 흐름에 충실히 따라온 측면도 있다. 디지털화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면서 현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시대가 요즘이다. 일부 동네 슈퍼마켓을 제외하고는 일명 ‘거스름돈’이라는 개념도 사라지지 않았나. 국민들은 이제 단 하루라도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금융생활을 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현재 금융권이 지점을 줄이면서 오프라인 시장에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금융 서비스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점이 결국 ‘초개인화’인 만큼 디지털 활용도가 높은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간 정보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미래에는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새로운 방식의 양극화 형태로 발전할 우려도 있다. 현재도 미래도 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금융권 내에선 고령층에 대한 소외현상이 짙어질 수 있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고령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