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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가덕도 신공항 ‘우물에는 숭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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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가덕도 신공항 ‘우물에는 숭늉이 없다’

산업2국장 최성필이미지 확대보기
산업2국장 최성필
지난달 5일 1차 유찰에 이어 24일 마감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공항 부지 건설 공사’ 2차 입찰에 현대건설 컨소시엄 한 곳만 참여 의사를 밝히며 유찰돼 신공항 건설이 공사 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가 입찰을 재공고했지만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한 주된 이유 중 하나인 시공 능력 상위 10대 건설사 중 2개사까지만 공동 도급을 허용하기로 한 공동 도급 범위를 완화하지 않는 등 공고 조건 변경이 없어 다시 유찰되며 오는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올 상반기에 부지조성공사를 발주하려던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공사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건 위험 부담은 큰데 정부의 요구사항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앞당겨진 개항 시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건설업계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사 기간이 너무 짧아 위험 요인이 많다는 입장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오는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2030년 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고 있던 부산시가 개항을 2029년으로 당겨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면서 계획이 급변해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앞당겨졌다.

조달청이 사전 공개한 ‘입찰안내서’에 따르면 설계는 기본설계(150일)와 실시설계(150일)를 합해 10개월 이내에 끝마쳐야 한다. 그 뒤 공사는 60개월(5년) 내에 완료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공사 방식 결정 때부터 공사 기간을 줄이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공사 기간을 줄이라면서도 설계 기간부터 너무 짧고 재해 리스크 등 공사 지연 요소가 많은데도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바다와 육지에 걸쳐 조성되는 가덕도 신공항의 입지적 특성을 고려하면 20~30m 깊이의 바다를 메워야 하고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아 10개월 만에 설계를 마친다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깊은 바다를 매립하면서 공항을 만드는 공사에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알 수 없어 2029년 말 개항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사업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현직 대통령과 거대 야당 대표가 모두 추진을 약속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사회에서도 개항이 늦어지면 절대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안전한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

제대로 된 방법이나 과정을 따르지 않고 서둘러서 행동하거나 일에는 질서와 차례가 있는 법인데 일의 순서도 모르고 성급하게 덤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물에는 숭늉이 없다.

정부는 서두르기보다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 초기부터 제기돼온 안전·재해 등 변수를 검토해 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정상적이고 안전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치밀한 설계와 세심한 시공이 필수고, 그에 맞는 충분한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특히 개항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불상사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응원한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