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기업들의 협상기만술, 이제는 협상AI가 처리한다"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기업들의 협상기만술, 이제는 협상AI가 처리한다"

박상기 BNE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박상기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박상기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이제 다 끝났어.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계약이 깨진다고!"

새벽 2시, A사의 서울 본사 반도체 사업부의 글로벌 영업 책임자가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미국의 거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B사와 맺은 연간 납품 계약이 위태로웠다. 사실 B사는 오랜 기간 A사의 우수한 기술력과 안정적인 품질, 합리적인 가격 정책으로 제품을 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A사의 경쟁업체인 C사가 대대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B사는 이를 지렛대로 삼아 A사에 전례 없는 수준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협상을 시작했다.

급하게 소집된 본사 협상팀은 노트북을 열고 최신 협상 AI를 실행했다. 잠시 후, 모든 데이터가 분석됐다. 그리고 이 협상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신 협상 AI가 감지한 것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었다. B사는 고전적인 릴럭턴트 바이어(Reluctant Buyer·마지못해 구매하는 고객) 협상 기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즉 실제로는 우리 제품이 꼭 필요하지만 자기들이 더 강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 기만 협상 전술 사용


최신 협상 AI의 분석 결과는 이랬다. B사는 긴급한 내부 위기 상황을 숨기고 있었다. 물류 지연 문제로 재고가 부족함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았고 제품 출하가 지연될 경우 경쟁사 C사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위험이 었었다. 따라서 수용하든지 관두든지(Take it or Leave it) 전략은 허세였다. '너희 건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에서 사겠다'는 발언은 협상 결렬을 두려워하지 않는 척하는 전술이다. 그러나 최신 협상 AI는 B사의 주요 공급망이 이미 포화 상태이며, 새로운 업체와 협상을 시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지했다.

즉 기만술(Decoy) 협상 전술이 적용되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B사는 '우리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제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납품 일정'과 'A/S(애프터 세일즈) 품질'이었다. 가격 협상을 먼저 던지고, 한국 기업들이 이를 주 협상 이슈로 인식하게 만든 뒤, 진짜 중요한 문제(납품 안정성)를 뒤에서 다루는 고전의 미국식 협상 기법이었다. B사는 우리가 가격 인하 합벽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Take It or Leave It' 압박을 받으면 협상 결렬을 두려워하여 무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신 협상 AI는 이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A사 협상팀장은 최신 협상 AI의 분석을 기반으로 미국식 기만 전술을 무력화하는 역공 협상 전략을 결정했다. 최신 협상 AI가 추천한 대로, 협상팀장은 가격이 아니라 납품 일정과 물류비 절감을 협상의 중심 이슈로 결정했다.

"B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안정적인 공급 아닙니까? 저희는 납품 지연 없이 '즉시 출하'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물류비를 10% 절감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까지 제공하겠습니다."

B사 협상 대표는 예상치 못한 제안에 당황한 듯 보였다. 이제 협상은 B사가 아닌 A사가 주도하기 시작했다. B사가 'Take It or Leave It' 전략을 다시 시도했다. "하지만 경쟁사 C사는 가격이 18% 낮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A사 협상팀이 미소를 지었다. "C사는 납품 일정이 3개월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귀사의 신제품 출시 일정상 이 계약이 늦어질 경우 얼마나 큰 손실이 발생할지 미리 분석해 두었습니다."

B사는 침묵했다. 결국, 그들은 A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계약 금액을 유지한 채 추가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인 납품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협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협상 AI, 기만 협상술 깬다


최신 협상 AI는 B사의 가장 절실한 문제 중 하나가 새로운 신기술 확보라는 점을 포착했다. 협상팀은 이를 기반으로 즉각 새로운 제안을 구상했다. "귀사가 오랫동안 염원한 신제품 개발을 위한 핵심 부품 기술을 저희가 함께 연구개발해 공급하는 조건을 추가하면 어떻겠습니까?". 이 제안은 B사 내부에서도 즉각 관심을 끌었다.

결국 총 계약금액이 당초보다 30% 늘고, 향후 5년간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으며, B사의 시장 점유율 확장을 지원하는 협력 조항을 포함시키고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 방지에 성공했다. A사는 단순히 납품 계약을 수성하는 것에서 끝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유리한 조건을 창출해 시장 내 지위를 강화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최신 협상 AI를 도입한 이후 A사의 협상팀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더 이상 밤을 새워 계약서를 분석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의 기만술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양보하는 협상도 사라졌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 협상 시스템을 도입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상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들도 더 이상 뒤처질 이유가 없다. 최신 협상 AI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협상 AI가 과연 있을까? 대답은 '있다'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

박상기 BNE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협상AI 네고메이트 개발자)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