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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관세전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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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관세전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이학만 전 국회부의장 특보(현 상품전략연구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학만 전 국회부의장 특보(현 상품전략연구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악화시켰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제조 국가에 고율 보복 관세를 예고하며, 세계 무역 질서에 또다시 거센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보호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한국은 지금 이 순간, 전략적 대응의 새 틀을 짜야 한다.

트럼프 관세의 본질과 한계


트럼프는 ‘미국 산업 보호’라는 구호 아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때리고 있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제재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도발이며, 기존 무역 질서에 대한 반란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산업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 가격 상승, 기업의 원가 부담 증가, 동맹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역은 상호 교환이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국도 보복 관세로 맞서게 된다.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간 무역전쟁은 결국 양국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피해를 안겼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정책 결정 방식이다. 규범보다 거래, 절차보다 힘을 중시하는 방식은 무역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동맹국조차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트럼프 관세는 ‘나만 살겠다’는 일방적 선언이자, 세계 무역 체계를 퇴행시키는 신호다.

주요국의 신속한 대응 전략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해 세계 주요국은 이미 발 빠르게 대응 전략을 가동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철강,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미국의 관세 가능성을 전제로 보복 관세 리스트를 사전에 정비하고 있다. 독일은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과의 외교 접촉을 강화하고, 협상 카드도 다각화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분산하면서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캐나다·멕시코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 재협상에 대비해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은 이 기회를 ‘중국 대체 생산지’로 부상할 기회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된 전략은 분명하다. 관세를 ‘위협’이 아니라 ‘구조 개편’의 기회로 삼아, 자국 산업의 회복탄력성과 분산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경제 혼란과 갈등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월가는 관세가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고, 이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압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가 상승은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고, 이는 경기 둔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물론 일부 산업계, 특히 철강과 자동차 업계는 단기적 보호 효과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전반적인 미국 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수입 부품 가격 인상으로 생산 차질과 수익 악화를 겪고 있다. 소비자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보호무역은 단기적으로 특정 산업을 살릴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 효율성과 경쟁력을 해친다. 정치적 목적의 관세는 오히려 미국 경제를 더 큰 혼란으로 이끌 수 있다.

세계 경제 재편과 미중 갈등의 심화


트럼프식 고립주의는 단순한 미국 내부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단호히 맞서고 있다. ‘쌍순환 전략’을 통해 내수를 강화하고,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영국 BBC는 “미중 간 갈등이 새로운 경제 블록 형성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 구조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세계는 다시 진영 논리에 따라 무역 블록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무역 대신 이익 중심의 거래 질서가 대세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미국과의 안보 동맹, 중국과의 경제 의존 둘 다 놓칠 수 없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은 ‘탈중국’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거점을 멕시코, 동남아, 미국 등으로 옮기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술 기반 제조업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대기업 중심 생산 구조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국익 중심의 통상 전략으로 전환해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선언이며, 자국 이익 우선을 넘어 세계를 자국 방식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다. 우리는 이를 단순한 경제 이슈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제 한국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첫째, ‘관세는 경제 전쟁 ’ 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통상 외교의 전략 수준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통상 정책은 정치적 의도가 강하며, 선거철마다 경제 정책이 표심용으로 쓰인다. 우리도 이에 맞는 분석과 대응력이 필요하다.

둘째,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넘어 실리를 최대화하는 주도적 전략이 필요하다. 강대국에 끌려가기보다 우리가 룰을 바꾸는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중간재와 핵심 기술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소재·부품·장비 독립을 통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국내 산업도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로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브랜드·서비스 중심으로 고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관세 3차 대전은 가속되고 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한국은 공급망 재편의 변두리로 밀려날 수 있다. 산업 전략과 외교 전략 강화로 슬기롭게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