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24장

그런 것들을 도에서 말하자면 음식 찌꺼기 같고 혹을 달고 다니는 것처럼 괴이쩍으니 도가 있는 자는 그런 처신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발을 돋운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는 보통 인간의 속성을 비유한 말이다. 천만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내디뎌야 하듯이 큰 재물 큰 인물은 가장 적고 낮은 데부터 차근차근 쌓아야 하는데, 단숨에 움켜쥐려는 과도한 욕망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뒤꿈치를 들고 발가락 힘으로 서려고 애를 쓰면 바로 서지 못하고 몸이 전후좌우로 휘청이다가 넘어진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욕망을 한꺼번에 급히 이루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날개 잃은 새처럼 추락해 오욕(汚辱)만 남긴다.
그러나 도가 있는 사람은 욕망을 위해 꾀를 부리지 않는다. 타인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으려고 허세를 부리지 않으며, 공이 있어도 공이 있다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천하를 아우를 만한 재능이 있어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옥은 언젠가 바깥세상에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때가 되면 반드시 천하에 그 이름을 드날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도가 있는 사람은 음식 찌꺼기 같은 흔적을 남기지 않아서 현세는 물론 후세에도 그 자취가 아름답다. 누더기를 입고 거친 음식을 즐겨 먹는 붓다와 같은 성자는 그 이름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천 년 그 명성이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온 인류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까닭은 오직 하나, 도에 의한 도를 위한 도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를 위한 도의 삶을 일평생 살았다고 해서 그 명성이 인류의 가슴속에 길이 남아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오직 홀로 도를 실천하는 무명인도 적지 않다. 1950~1960년대 초 이야기 하나가 있다. 당시 문둥병(현재는 '한센병'으로 불린다) 환자가 참 많았다. 코가 뭉개지고 손가락·발가락 마디가 떨어져 나가는 등 그들의 몰골은 끔찍할 정도로 흉했다. 그때만 해도 문둥병(한센병)은 전염된다는 풍문이 널리 퍼져 있어서 아무도 그들과 가까이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천대받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깊은 산중에 모여 살면서 구걸했다. 대낮에는 숨었다가 해 질 무렵에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렸다. 낮에는 아이들이 돌멩이를 던지고 어른들은 외면했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든 도와 함께 생활하는 의인은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50대 중년 수녀 한 사람이 그들 문둥이 마을(현재는 '한센인 정착마을'로 불린다)에 집을 마련했다. 그리고 병든 그들을 간호하고 목욕도 시켜주는 등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썩어가는 코와 손가락과 발가락을 장갑도 끼지 않고 씻어주고 약도 발라주었다. 특히 문둥이(한센인)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돌보고 글도 가르쳤다. 갓난아이는 목욕도 시켜주고 업어도 주었다. 그러기를 20년, 문둥병(한센병)이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국가가 그들을 위해 치료도 해주고 삶의 터전까지 마련해주자 늙은 그녀는 조용히 문둥이 마을(한센인 정착마을)을 떠났다. 천지의 도와 함께 그 무엇도 바라는 바 없이 무위로 덕만 베풀며 일생을 보낸 그녀는 자신의 이름조차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저세상에서 위대한 성인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천지의 도는 반드시 응보의 덕을 베푸니까!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