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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가벼우면 잃고 무거우면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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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가벼우면 잃고 무거우면 얻는다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26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사람들은 금전 등 무엇을 잃은 뒤에 분노하고 한탄한다. 그 한탄은 무겁지 못하고 가벼웠다는 후회 섞인 자책에서 내뿜는 탄식의 소리다.

가벼움의 원인은 크게 보아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자세하지 못함이고, 둘은 급한 성미이고, 셋은 귀가 얇음이고, 넷은 별것도 아닌 자존심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런 네 가지 행위를 발원시킨 근본 원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욕심이다. 자존심 같은 경우는 욕심과 거리가 있긴 하지만 결국 무엇을 기대하고 자행한 것이기에 욕심이란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말뜻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욕심이 앞서면 네 가지 잃는 원인을 자행하게 된다. 머릿속에 이익이 그려지면 이성적 판단이 흐려져서 조급해지고, 귀가 얇아지고, 자존심이 발동하고, 자세하고 진중하게 판단하지 못함으로써 낭패를 당한다. 그런 뒤에 상대방을 원망하고 분노하여 원한을 품으면 건강도 해치고 순수한 자신의 본질까지 해친다.

이에 노자는 말했다.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이고 고요함은 조급함을 주재하는 것이라고! 사람의 본질인 도는 원래 고요함이고, 고요함은 무거움에서 비롯된다. 강물은 깊이 내려갈수록 고요할 뿐 흔들림이 없다. 얕은 물은 바람에 파도를 일으키고, 나뭇잎은 미풍에도 흔들리지만 무거운 둥치와 깊이 내린 뿌리는 고요를 지킬 뿐 흔들림이 없다.
사람의 본성인 도는 깊고 깊은 연못 같아서 번개가 내리치고 천둥이 천하를 진동해도 고요를 깨뜨리지 않는다. 고요를 깨뜨리지 않으므로 무겁게 진실을 지켜서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속성은 괴팍한 날씨처럼 본성 고요를 뒤흔들어 해를 입힌다. 이는 천하를 주재하는 왕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것과 같다.

노자가 말했다. 성인은 종일 할 일을 하되 무거운 짐수레를 떠나지 않는다. 비록 영화로운 것을 보아도 가벼이 현혹되지 않으며 편안한 즐거움에도 초연하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왕이 몸을 가벼이 놀릴 수 있는가! 가벼움은 잃음의 근본이고 조급하면 권위를 잃는다. 도는 만물을 낳고 품어서 생을 다할 때까지 덕을 베푼다.

성인도 그리한다. 백성의 곁을 떠나지 않으면서 그들의 삶과 함께한다. 그리고 항상 위해주기만 한다. 일국의 통치자 역시 그리해야 한다. 백성이 평생 끌고 가는 삶의 수레를 자신의 수레인 양 그 곁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이든 말단 공직자든 나라의 녹을 먹는 자는 백성이 끌고 가는 삶의 수레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땀 흘려 베풀어야 한다.

백성을 위함에 경망되어서는 안 된다. 경망되면 백성이 곤경에 빠진다. 그렇다고 조급하면 백성이 혼란에 빠져 나라 기틀이 무너진다. 가장 된 자가 집안일을 건성으로 하거나 가정을 돌보지 않으면 가산이 탕진되고 가정의 평화는 무너진다. 그처럼 통치자가 경망스럽게 가볍고 백성을 멀리하면 나라가 위태해지고 백성의 신뢰와 권위마저 잃는다. 그러다가 백성으로부터 화를 입는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가장 된 자는 항상 가족을 멀리하지 않고 함께해야 가정이 편안하고, 통치자는 백성이 짊어진 삶의 수레 곁을 떠나지 않고 항상 함께해야 국태민안(國泰民安)이 이뤄진다. 이 모든 도리는 욕심을 버림으로써 가능해진다. 욕심에서 벗어나면 고요함을 주재하는 도의 본질과 하나 된 사람의 본성이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가볍게 흔들리지 않고 태산같이 무거워진다.

마음이 무겁고, 깊고 깊은 연못같이 고요를 따르면 세속의 이익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므로 가정은 편안하고 백성은 다투지 않는다. 그리하여 통치자도 위대하고, 성인도 위대하고, 백성 하나하나도 다 위대해진다.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