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28장

수컷은 성질이 투쟁적이고 지배욕이 강하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무리가 지어지면 수컷끼리 싸워서 지배자가 되려 한다. 이때 강한 수컷이 우두머리가 된다. 그렇게 서열이 정해지면 공동체를 이루고 생활하는 것이 자연의 일상이다. 어느 무리든 수컷끼리는 항상 다툼이 일어나고 승자가 지배자가 된다.
그런데 묘하게도 수컷이 암컷과 짝을 이루면 투쟁적 본능이 완화된다. 강함과 약함은 상대적 관계다. 그러나 화합하면 강약이 균형을 이루어 다투지 않는다. 이는 강한 양기와 부드러운 음기가 화합해 중도를 이루어 만물을 탄생시킨 태초의 업의 작용이 내림 되었기 때문이다.
음양화합 그것은 치우침이 없는 위대한 도의 덕이며, 땅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만 가지 이치라는 뜻을 머금은 ‘중용의 덕’이란 위대한 철학 용어의 근원이다. 화합하면 다툼이 없을뿐더러 깎지 않은 통나무처럼 꾸밈이 없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
그러므로 노자는 말했다. 흰색을 알고 검은색을 지키는 것이 천하의 법칙이다. 천하의 법칙은 항상 베풀되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극(無極)으로 되돌아온다. 흑백은 대표적인 상대적 관계다. 분별과 차별의 상징이다. 따라서 두 색깔의 화합은 무위한 천하의 법칙이다. 무극으로 돌아간다 함은 득도했다는 뜻이다. 무극은 위 없이 높은 도이고, 득도는 도에 이르러 덕을 베푸는 불변의 중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자는 말했다. 천하의 법칙을 알고 그 영광스러움을 욕됨에서 지키면 천하의 골짜기가 되어 변함없는 덕이 넉넉해진다. 영광과 더러움은 상대적 관계다. 하지만 깨달음의 상태에서는 더러움을 발현하지 않을 뿐 그대로 둠이 옳다. 밝음만 있고 어둠이 없거나 어둠만 있고 밝음이 없으면 안 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음만 있고 양이 없거나 양만 있고 음이 없으면 만물이 탄생하지 않듯 더러움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영광을 딛고 더러움이 일어나고 더러움을 딛고 영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도의 본체는 상반된 이기(理氣), 즉 형이상과 형이하의 극명한 대립 관계가 공존한다. 두 성질이 혼합함으로써 만물은 탄생했으며 이에 만물 역시 이기가 공존한다. 그러므로 치우침이 없는 공존, 그것이 차별이 없는 중용이며, 중용의 덕이 도의 작용이다. 따라서 득도는 영광스러움이지만 더러움 또한 상대적으로 존재함으로써 서로가 스승이 되고 본받아야 할 가치다.
이에 영광스러움에 더러움을 지키면 천하의 골짜기라 한 것이다. 골짜기란 덕을 면면히 뿜어내는 도의 문, 즉 곡신을 이른다. 곡신은 골짜기 물이 대지를 적셔서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길러주는 것과 같다. 따라서 중용을 지키면 득도한 자가 되고, 득도하면 천하의 골짜기가 되어 만백성에게 베푸는 덕이 충만하다.
그러므로 노자는 이같이 말하고 28장을 끝맺었다. 득도해 무극으로 돌아가면 깎지 않은 통나무처럼 순수하고 질박한 그릇이 되니 성인도 쓰임새가 있는 지도자가 되어 백성을 위할 수 있다. 그러므로 훌륭한 법도는 임의로 하지 않고 그대로 맡겨두어야 한다.
득도하면 마땅히 백성을 순수하게 품는다. 하늘이 땅을 품고, 땅이 자연을 품고, 자연이 사람을 품듯 무엇이건 차별하지 않고 보자기처럼 품어주므로 세속을 초월한 성인이라 할지라도 만백성의 우두머리가 되어 천하를 위할 수 있는 것이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