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나무는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섬이나 바닷가에 군락을 이루어 분포하고 있어 중국에서 모감주나무 열매가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건너왔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바닷가뿐만 아니라 안동·대구 등 내륙지방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자생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자생 군락지가 세 곳 있으며, 이곳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모감주나무는 ‘염주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모감주나무의 까만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영어 이름인 ‘Golden rain tree’가 모감주나무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바람 부는 날, 모감주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정말 황금비가 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모감주나무는 나무 껍데기, 잎, 꽃, 열매, 뿌리 등을 다 한방에서 약으로 쓴다. 요도염, 장염, 치질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카시아의 뒤를 이어 벌들이 꽃을 모으는 밀원(蜜源)식물로도 중요하다. 꽃은 노란색 염료로 쓰고, 잎은 흰 천과 함께 끓이면 천이 검게 변해서 검은색 염료로 쓴다.
모감주나무꽃은 장마철인 6월 말~7월 중순에 피는데, 원뿔 모양 꽃차례는 길이 30㎝ 남짓으로 가지 끝에 달린다. 낱낱의 꽃은 노란색으로 가운데는 붉다. 꽃잎은 4개인데 뒤로 젖혀지고 굉장히 풍성하고 화려하다. 열매는 꽈리처럼 부푼 모습으로 처음엔 연두색이었다가 가을이 되면서 점차 갈색으로 바뀐다. 익으면 3개로 갈라지고, 씨앗 한두 개가 들어있다. 까만 동그란 열매는 단단해 금강자라 불리며 윤기가 난다. 몸도 쉬 지치고 마음마저 우울해지기 쉬운 장마철에 우리에게 환한 꽃빛으로 다가오는 모감주나무는 조금만 눈여겨보면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공해에 강하고 꽃을 피우는 기간이 길어 도시에서도 관상수로 많이 가꾸기 때문이다.
모감주나무의 특별한 점은 열매에 있다. 나무 끝에 매달린 꽈리 모양의 씨방이 바람을 타고 세 개로 분리되어 흩어지는데, 각각의 씨방에는 씨앗이 하나둘 붙어있다. 바람을 타고 패러글라이딩하듯 하늘을 날고, 물에 떨어지면 항해하는 돛단배가 되어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모감주나무 씨방은 물에 뜬 채로 가라앉지 않는다. 살짝 굽은 씨방의 형태를 따라 공기 방울이 생기고 부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씨방은 꼭 뾰족한 부분이 앞을 향하도록 자세를 스스로 잡는다. 씨방 가운데의 딱딱한 부분이 배의 키처럼 방향을 일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뿌리 내릴 곳을 찾아 생존 여행을 시작한 모감주나무 열매는 해류를 따라 3000㎞까지도 이동한다고 한다. 모감주나무가 우리나라 서해의 안면도나 남해의 완도, 그리고 포항 등지 바닷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도 그 항해의 결과물로 생각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불을 켠 듯 마음이 환해지는 모감주나무처럼 스스로에겐 물론 이웃에게도 희망을 주고 빛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모감주나무 작은 열매가 바다로 뛰어들어 새로운 터전을 찾아 항해를 시작하듯 우기의 음습하고 우중충한 기운을 떨쳐버리고 희망의 꽃등을 켜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