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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건설업계, 재건축·재개발 비용 정확하게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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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건설업계, 재건축·재개발 비용 정확하게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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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 산업2부 차장
바야흐로 재건축·재개발의 시대다.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시작되고 있다.

이는 1980~1990년대 대규모로 지어진 아파트가 노후화된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주택은 1945만여 가구다. 이 중 준공된 지 20년 넘게 지난 노후 주택은 약 1050만 가구로 전체의 53.7%를 차지한다.

전국 주택 2곳 중 1곳 이상은 노후 주택인 셈이다. 전국 노후 주택 비율은 2021년 50%를 넘긴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은 2000개가 넘는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사업만 해도 21일 현재 1043개에 이른다.

영등포구가 125개로 가장 많고 성북구 73건, 서초구 66곳 등의 순이다. 25개 자치구 중 도시정비사업이 가장 적은 중구에서도 11곳의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도 급증했다.

올 상반기 국내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3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액(9조8261억 원)은 물론 연간 수주액(27조8702억 원)도 이미 넘어섰다.

아파트 분양 시장이 침체돼 있고 관급공사 물량마저 정체된 상황이라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주말만 해도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은 개포우성7차 재건축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조합원들을 상대로 직접 영업활동을 벌였고,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회사가 방배신삼호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있는 상황임에도 지난 14일 직접 현장을 찾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의 홍보전도 치열하다. 개포우성7차 재건축을 두고 경쟁 중인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거의 매일 홍보 자료를 내고 있다.

조합원의 부담금을 줄여 준다거나 세계적인 설계회사가 참여한다는 식이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표현만 조금 바꿔 ‘재탕’하는 일도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부작용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확한 입찰 제안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물가 인상으로 건설 원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임에도 공사비를 줄였다거나 조합원들의 부담을 최소화한다고 홍보하지만, 막상 계약서를 들춰보면 여러 조건을 달아 놓은 경우다.

홍보 자료에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글씨로 교묘하게 써놓거나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건설사도 있다.

명백한 편법이자 꼼수다.

홈플러스는 10여 년 전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보험사에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홈플러스는 1㎜ 크기의 작은 글씨로 ‘고객 개인정보를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약관에 넣었다며 항변했지만 사장과 임원들은 유죄를 피하지 못했다.

법원은 1㎜ 고지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그 내용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약관 꼼수를 바로잡는 판결이었다. 물론 이 사례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편법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경쟁사를 비난하거나 부작용을 숨기는 영업을 그만두고 명명백백한 홍보로, 실력으로 수주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


성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eird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