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여름내 초록 일색으로 저마다 주어진 일에 집중하던 잎들이 가슴 깊숙이 묻어 두었던 말들을 형형색색으로 토해내던 단풍의 시간. 은행잎은 노랗게, 단풍잎은 빨갛게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어 한바탕 화려하게 존재감을 자랑하고 나면 미련 없이 허공으로 몸을 던져 최후를 맞이한다. 은행나무 아래엔 은행잎이, 단풍나무 아래엔 단풍잎이 소복이 쌓여 있다. 구르몽은 ‘낙엽을 밟으면 영혼처럼 운다’고 했다. 마른 낙엽이 쌓인 숲속을 거닐다 보면 정말 낙엽 밟히는 소리에 영혼의 울음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시제를 올리러 낙엽 쌓인 산길을 걷다 보면 한 번도 뵌 적 없는 조상님이 내게 무어라 속삭이는 것 같은 착각이 일기도 한다.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그때가 좋은 때다/ 그때가 때 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 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 - 이생진의 시 ‘낙엽’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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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낙엽을 밟으면 부록처럼 따라오는 시가 이생진 시인의 ‘낙엽’이다. 나는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는 구절을 특히 좋아한다. 낙엽엔 나무가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게 하기 위한 희생의 의미와 함께 새봄이 오면 새로운 희망으로 피어날 약속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물질적 가치에서 조금 벗어나 낙엽에 담긴 생명과 감성, 순수함을 느끼게 되는 때를 '좋은 때'라고 가만가만 일러주는 시인의 속삭임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선 우리 마음이 순수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 장의 지폐보다 하찮게 보이는 자연의 작은 존재, 낙엽 한 장을 더 아깝게 느낄 수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소슬한 바람이 지날 때마다 우수수 낙엽이 지고, 잎 떨군 숲은 한껏 헐렁해져서 엷은 초겨울의 햇살도 쉽게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여름내 숲을 흔들어대던 거센 비바람에도 끄떡없던 잎들이 한 올 실바람에도 우수수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을 보면 허무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때가 되면 한사코 매달려 있던 나뭇가지를 버리고 한 점 미련도 없이 허공으로 가볍게 몸을 날리는 그 단호함은 부럽기만 하다. 한 번 가면 다시 올 수 없는 한 번뿐인 인생이란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에 대해 미련과 집착을 보이며 살아가는가.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가을과 겨울이 갈마드는 11월도 어느덧 끝자락에 와 있다. 이제 곧 겨울이 불청객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차가운 북풍이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면 계곡은 얼어붙고, 숲의 나무들은 떨어진 낙엽 이불을 덮고 알몸으로 사나운 눈보라를 견디며 봄이 오길 기다릴 것이다. 우리도 숲속의 나무들처럼 인생의 추운 겨울이 닥치더라도 봄이 오리란 굳은 믿음으로 견뎌내야겠다.
이미지 확대보기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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