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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연준 FOMC 금리인하 동결과 민스키 모먼트(Minsky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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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연준 FOMC 금리인하 동결과 민스키 모먼트(Minsky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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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하로동선'이라는 말이 있다. 여름을 뜻하는 한자 하(夏)와 한겨울 추위를 막아주는 따끈한 화로라는 뜻의 한자 로(爐)와 겨울의 동(冬) 그리고 부채 선(扇)을 연결한 고사성어다. 중국 후한 시절 유명했던 사상가 왕충(王充)이 저술한 '논형(論衡)'의 봉우편(逢遇篇)에 나온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는 계절에 맞지 않는, 적어도 당장에는 전혀 쓸모없는 물건이다. 때에 맞지 않아 환영받지 못하는 인재나 시의적절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일컬을 때 주로 쓰던 표현이었다.

'하로동선'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래를 미리 대비하는 선견지명을 뜻하는 말로 점차 바뀌어 갔다. 무더운 여름에 앞으로 다가올 겨울의 추위를 대비해 미리 화로를 마련하고, 또 추운 겨울에는 미리 여름의 더위를 대비해 부채를 준비한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고 무용지물처럼 보일지라도 훗날 반드시 필요하게 될 실력이나 물건을 미리 준비해 두는 철저한 대비성을 강조하고 있다. 원래는 철 지난 쓸모없는 것을 비웃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할 때 미리 다음을 준비하는 지혜'를 뜻하는 고사성어로 통용된다.

미래를 미리 준비한다는 뜻의 '하로동선'은 오늘날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다. 경제는 그 속성상 경기 순환의 사이클을 탄다. 경제의 세계에서 경기 순환은 호황기·후퇴기·불황기·회복기의 4가지 국면으로 나눌 수 있다. 통상적으로 호황기에는 투자와 소비뿐 아니라 고용과 소득이 상승한다. 은행 대출이 증가하고, 주식시장도 활기를 띤다. 후퇴기는 호황 때에 확대됐던 모든 경제활동이 주춤한다. 소비·투자·고용·소득이 모두 감소하기 시작한다. 불황기는 소비와 투자가 더욱 침체되고, 고용과 소득도 크게 줄어든다. 주가도 크게 하락한다. 회복기는 다시 생산활동이 활발해지고 고용이 증가한다. 고용 증가는 소득 증가를 가져오고, 소득 증가는 다시 총수요 증가를 불러오며 경제가 활기를 띤다.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운 달은 다시 차오르는 자연의 이치와 유사하다.

경기순환이론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인물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불황 극복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평가받는 케인스는 193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경기 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규명해냈다. 경제 상황에 따라 투자 지출이 변화하면서 총수요 곡선이 달라지고, 그 결과로 경기가 순환한다는 것이다. 그 순환의 징후를 먼저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경제학의 근본 목적이라고 갈파했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오늘날 거시경제학은 케인스의 경기순환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이나 로버트 루커스는 통화당국의 자의적인 통화량 조정 때문에 화폐적 충격이 온다고 했다. 슘페터는 실물경기변동이론을 통해 기술, 즉 생산성 변화가 경기 변화를 야기한다고 보았다.
사업이나 투자를 할 때 경기순환 또는 경기변동 흐름을 읽고 미리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당장의 경기가 좋다고 해서 곧 닥칠 수 있는 불황을 예측하지 못한 채 투자를 늘렸다가는 패가망신을 하기 십상이다. 반대로 현재의 경기가 나쁘다고 모두 철수해 버리는 것은 터널 바깥의 머지않아 전개될 광명 세계를 놓칠 수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하로동선의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의 신 또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하로동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버핏의 가장 유명한 원칙은 "다른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라"는 것이다. 버핏의 이 같은 역발상의 투자 전략은 시장의 공포와 착각을 기회로 삼는 '가치 투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버핏의 가치 투자는 시장이 비관론에 빠져 우량주의 가격이 내재 가치보다 낮아질 때를 최고의 매수 기회로 본다.

반대로 시장에 거품이 끼기 시작하면 누구보다도 먼저 현찰 비중을 늘린다. 이 대목에서 버핏이 특히 주목하는 것이 '민스키 모먼트(Minsky Moment)'다. 민스키 모먼트는 금융시장이 갑작스럽고 급격하게 붕괴하는 순간을 말한다. 오랜 기간 쌓여온 과도한 부채와 투기적 거품이 한계에 도달해 급격히 시장 붕괴를 초래하는 상황을 흔히 민스키의 순간, 즉 민스키 모먼트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가 제시한 금융 불안정성 이론에서 비롯했다. 민스키는 경제적 호황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금융시스템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며 결국 급격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과 2008년의 미국 금융위기,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을 때 많은 경제학자들은 민스키 이론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으로 그의 경고를 새겨 들었더라면 재앙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때부터 민스키 모먼트는 경기 과열이나 거품에서 침체 또는 공황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굳어졌다.

민스키는 금융시스템이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고 보고 있다. 경제가 호황일수록 투자자들은 점점 더 위험을 감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차입과 투기적 활동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불안정성이 점점 쌓이다가 일정 임계점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이 갑자기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가격 폭락과 시장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스키 모먼트는 단번에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축적된 불안정성이 터지는 순간이 바로 민스키 모먼트다. 민스키는 그 단계를 다섯 개로 나누어 분석한다. 그 첫 번째가 변위(Displacement)다. 새로운 혁신 기술, 저금리, 정책 변화 등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며 투자자들이 매혹되는 단계다. 두 번째는 호황(Boom)이다. 자산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하며 투자 수익이 현실화되는 시기다. 긍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자금이 유입되며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진다. 세 번째는 희열 또는 광기(Euphoria)다.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고 가파른 가격 상승에만 집중하는 단계다. 부채를 끌어다 쓰는 레버리지 투자가 극에 이르게 된다. 이른바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에 기반한 폭탄 돌리기 투기가 성행한다. 네 번째는 수익 실현(Profit-Taking)이다. 영리한 '인사이더'나 기관투자자들이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판단해 조용히 물량을 정리하고 시장을 빠져나가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패닉(Panic)이다. 자산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자산을 매각하는 단계다. 부채 상환 압박이 커지며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이 시점을 '민스키 모먼트'라고 부른다.

유동성이 폭발하면서 뉴욕증시와 코스피·코스닥은 물론 금값·은값,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도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의 광풍이 불고 있다. AI 거품 논란 속에 닷컴버블 붕괴론도 회자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민스키 리스크의 5단계 중 어디쯤 와 있을까?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