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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대형마트 새벽 배송과 소상공인 위기: 유통 정책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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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대형마트 새벽 배송과 소상공인 위기: 유통 정책의 분기점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 심야 온라인 주문 허용을 골자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며, 국내 유통 구조에 근본 변화가 예상된다. 오프라인 영업은 제한되지만 전자상거래 포장과 배송이 허용되며, 14년 만의 부분 규제 완화로 새벽 배송 시장 경쟁에 중요한 변수가 등장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보유한 약 400개 PP(Picking & Packing)센터가 즉시 새벽 배송 거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점포 기반의 생활권 밀착도로 배송 속도와 비용 경쟁력이 개선되며, 별도 대규모 투자 없이 기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새벽 배송 경쟁 핵심은 신선식품이다. 산지 직거래와 자체 매입 역량을 갖춘 대형마트는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심야 인건비와 냉장·냉동 유지 비용이 크고, 일정 주문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정비 부담이 급증해 수익성 확보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마트는 전국 점포와 PP센터, SSG닷컴 전용 물류망을 갖추고 있으며, 과거 새벽 배송 운영 경험까지 보유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점포 기반 물류와 온라인 플랫폼을 결합하면 서비스 재개 속도와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다른 사업자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출 수 있다.
신세계 그룹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수도권 중심 물류망만 운영했으나 개정안 통과 시 전국 점포 PP센터를 활용해 배송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쿠팡의 새벽 배송 시장 구조에 도전하며, 소비자 선택 기준이 가격과 속도를 넘어 안전성과 신뢰성으로 이동함을 보여준다.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중국 직원의 고의적 유출로 촉발됐으나, 논쟁은 결국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가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였으며, 현장에서는 대기업 중심 정책 전환이 직접적 불이익으로 작용해 불만과 불신이 확산했다.

필자는 이번 정책 변화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본다. 대형마트와 대규모 플랫폼 경쟁 속에서 소규모 점포와 영세 자영업자는 가격과 접근성에서 불리하며, 정책적 보호와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전국 PP센터와 점포망을 활용해 배송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형 사업자 중심 경쟁 속에서 소상공인은 영업권 침해와 가격 경쟁 압박을 피하기 어렵고, 생존 전략과 혁신적 대응 없이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쉽지 않다.

한국 상권은 중국 내수시장 확장과 알리바바·JD닷컴 등 대형 플랫폼의 공격적 유통 공세로 국내 동네 상권이 빠르게 초토화됐다. 이들 기업은 저렴한 가격과 광역 배송을 활용하며, 소규모 점포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자영업자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정책은 현금 위주 단기 지원과 제한적 관리에 머무르며, 급격히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상권 보호와 점포 경쟁력 강화 효과는 제한적이었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정책 신뢰도와 만족도는 크게 떨어졌다.

중소공동도매물류센터의 공동 구매, 물류 효율화, 나들가게 브랜드화 정책도 기대만큼 실질적 효과가 없었다. 제도적 지원이 현장에 체감되지 않고 점주들의 경영 개선 효과가 제한되며, 정책 신뢰도 저하와 상권 보호 실패가 반복되어 소상공인 정책 전반에 대한 회의가 커졌다.

동네 점포들은 특화 상품과 즉시 소비형 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협업 등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세심한 중장기 지원과 지역 맞춤형 정책이 없으면 대응력이 제한되어 상권 회복력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가는 단기적으로 소비자 편익과 기업 효율성을 확대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균형을 잡는 정책 설계가 부재하면 사회적 비용과 불신만 증가한다. 단순 허가와 규제 완화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고 장기적 정책 실패 가능성이 상존한다.

향후 소상공인 정책은 단순 규제 완화와 현금 지원을 넘어 소비자 중심 지역 맞춤형 지원과 유통체계 혁신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 보호와 지역 경쟁력, 소상공인 생존과 소비자 편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있는 설계가 유통 구조 전환과 장기 사회 안정의 핵심 과제일 것이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