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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에너지 톺아보기] Flow 시대의 안정적 기저, SMR이 여는 분산에너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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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에너지 톺아보기] Flow 시대의 안정적 기저, SMR이 여는 분산에너지 혁명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단장(국제정치학 박사)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단장(국제정치학 박사)이미지 확대보기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단장(국제정치학 박사)

필자는 지난 칼럼 'Stock에서 Flow로: 에너지안보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에너지 안보를 정적 비축 중심에서 흐름 중심으로 재정의하며 Energy Security = f(Flow, Route, Control) 공식을 제시했다.

2022년 겨울 유럽이 경험한 가스 공급 중단 사태는 에너지 안보의 본질이 이미 바뀌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자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가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 2026년 4월 현재,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을 선언하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시작했으나 성과 없이 종료된 상황은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동시에 북극항로 물동량이 급증하며 새로운 경로가 부상하고 있다. 이제 에너지는 살아 움직이는 흐름이며, 경로(Route)와 통제력(Control)이 국가 운명을 결정한다.

에너지 안보가 ‘흐름의 정치경제학’으로 재정의되면서 기술·외교·규범·사회가 결합된 다차원 전략 공간으로 확대되었다. 그 본질은 수소·전력·AI 시대이다.

필자가 지난 4월 5일 본지 칼럼에서 밝힌 대로, 에너지 안보는 Stock 중심 정적 사고에서 Flow 중심 동적 사고로 전환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더 이상 ‘쌓아두는 자원’이 아니라 ‘이동하는 자산(flowing asset)’이며, Energy Security = f(Flow, Route, Control)이라는 공식이 새로운 질서의 핵심이다.

지난 3월 29일 칼럼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세계는 수소·전력·AI 세 축이 맞물려 돌아가는 새로운 질서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에너지전환 과정에 암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바,‘암전(暗轉)’은 갑작스러운 정전뿐 아니라 공급 지연, 가격 폭등, 품질 불안을 모두 의미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수소가 흡수하고 AI가 실시간 최적화하지 않으면 산업의 심장이 멈춘다. “좋은 에너지가 아니라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원칙은 이 시대의 실천 지침이다.

전력은 새로운 산업 질서의 기초다. AI·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수요와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품질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만들었다. 여기서 SMR(소형모듈원자로)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SMR은 대형 원전과 달리 모듈형으로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이 가능해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낮다. 분산에너지원으로서 산업단지나 지역에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으며, 기저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울산은 원전과 인접한 대규모 산업단지, 부유식 해상풍력 잠재력,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지역이다. SMR을 울산에 도입하면 전력 인프라가 산업·수소·AI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SMR은 북극항로 시대의 게임체인저다. 북극항로(NSR)는 기존 호르무즈·말라카 chokepoint를 우회하는 새로운 Route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극한 환경에서 기존 연료 추진은 효율이 낮고 환경 규제도 엄격하다. SMR은 소형·고효율 원자로로 선박 자체 추진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현장에서 수소를 생산·공급할 수 있다. 이는 Route(북극항로 연계)와 Flow(폐루프 순환)를 동시에 실현하는 기술이다. 북극항로를 활용하는 운송 선박에 SMR을 적용하면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울산은 이 새로운 질서의 축소판이자 실험장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폐희토자석 재활용 클러스터, 북신항 액체화물 전용부두 기반 종합 수소항만 조성 계획, 해상풍력·SMR·수소·전력·AI의 통합 클러스터는 Flow(폐루프 순환), Route(북극항로 연계), Control(국내 기술 주권)를 동시에 구현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 정책(2030년 서해안 1단계, 2040년 U자형)을 울산 중심으로 재설계하면 SMR을 포함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국가 차원의 전략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수소·전력·AI 시대는 에너지를 ‘확보’하는 시대가 아니라 ‘설계’하는 시대의 본질이다. SMR은 Flow 시대의 안정적 기저를 제공하고, 북극항로를 통해 Route를 다변화하며, 국내 기술 주권으로 Control을 강화한다. 한국은 외부 의존과 내부 기술의 이중 구조를 극복하고, 울산 모델을 국가 전략으로 확대함으로써 연결국가 → 허브국가 → 설계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Control의 실전 도구인 NESI(국가 에너지안보 지수)를 통해 이 전략을 숫자로 검증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