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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장애인 성범죄의 경계, 보호와 책임 사이의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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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장애인 성범죄의 경계, 보호와 책임 사이의 법리

민경철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이미지 확대보기
민경철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형사법 체계 내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 중 하나이다. 그 처벌의 근본적 목적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있다. 일반적인 성범죄가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외형적 강제력을 중심으로 구성요건을 판단한다면, 장애인 성범죄는 피해자의 인지적·사회적 취약성을 고려하여 위계·위력 또는 장애 상태를 이용한 간음만으로도 처벌하는 확장된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 중심의 입법 취지는 실무에서 책임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외형상 인식하기 힘든 지적장애인 사건에서 법리적 긴장을 발생시킨다.

이 유형 사건의 판단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이다. 성범죄의 특성상 물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진술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지적장애인의 경우 그 판단은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재판 실무에서는 아동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을 준용하여,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은 물론 자발성, 기억의 출처, 정신적 연령, 피암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유도 질문에 의해 진술이 오염되었는지 여부, 즉 ‘자유회상’의 정도가 핵심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피해자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배치되거나 외부 영향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그 신빙성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하지만, 반대로 피해자의 낮은 지능으로 인한 진술의 일부 불일치는 오히려 허위 구성의 어려움으로 해석되어 그러한 사정만으로 신빙성이 배척되지 않으며(서울고등법원 2015노2167), 진술이 비일관적이거나 표현이 불명확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이를 ‘장애의 특성’으로 해석하여 신빙성을 쉽게 부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피의자의 진술은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호되지 않기에, 이 비대칭 구조 속에서 사건은 종종 ‘합리적 의심’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보호 필요성에 의해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둘째,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실제로 침해된 것인지 검토한다. 법원은 단순히 장애 등급의 존재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박탈되었다고 보지 않으며 해당 장애가 구체적 상황에서 피해자의 판단 능력과 거부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였는지 판단한다. 그 결과 성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관계에 임한 정황이 확인되거나, 사건 전후로 일상적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경우라면 죄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장애로 인한 자기결정권 행사 능력의 실질적 제한’이 구성요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셋째, 가해자의 인식과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피해자가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인이 그로 인한 취약성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외형이나 의사소통 능력, 관계 형성 경위 등을 고려할 때 가해자가 이를 인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면, 범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연인 관계로 오인할 만한 정황이나 명확한 거부 의사의 부재는 위력 행사 및 고의 인정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된다.

결국 지적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본질은 ‘보호’와 ‘책임’ 사이의 균형에 있다. 법원은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이 증거재판주의를 잠식하지 않도록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장애라는 외형적 조건이 곧바로 유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그 취약성을 악용한 범죄는 단호히 처벌되어야 한다.

따라서 판단은 언제나 이분법을 넘어선 구조적 검토를 요구한다. 피해자의 인지 능력과 생활 맥락, 진술 형성 과정,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가해자의 주관적 인식을 정밀하게 검토하여 ‘장애로 인한 성적자기결정권의 실질적 제한’과 ‘그에 대한 인식’이라는 두 축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될 때에만 형벌권 행사는 정당성을 가진다. 이는 보호의 이름으로 책임 원칙을 희석시키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며, 동시에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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