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역사의 교훈
이미지 확대보기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보다 먼저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 회사가 있었다. 1600년에 설립된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다국적기업으로서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 가지 크게 다른 것은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국영기업이었던 데 반해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여러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설립했다는 사실이다. 주식을 발행하여 출자한 이들에 지분 만큼 주식을 할당한 것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양의 동서를 통틀어 이 때가 처음이다. 투자한 비율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시스템 역시 처음 도입됐다. 오늘날과 같은 주식회사의 원형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서 온 것이다. .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출범할 때 대주주의 독점을 막기 위해 주식 수에 관계없이 주주당 1표를 부여하는 '1인 1표' 방식을 채택했다. 소액 주주를 우대하기 위함이었다. 주식 수가 많아질수록 의결권 증가율은 낮아지도록 하는 점감형 의결권 방식을 도입했던 것이다. 이 전통에 따라 19세기 초반까지는 대다수 주식회사들은 스스로를 일종의 '민주적 결사체'로 보아 자본의 양보다 구성원 즉 주주 개개인의 의결권을 중시하였다. 이는 특정 자본가가 기업을 사유화하는 것에 대한 공포와 경계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오늘날의 1주 1표 원칙이 법적·관습적으로 정착된 것은 산업 혁명 이후 거대 자본 조달이 필수적이 된 19세기 중반에서 후반 사이이다. 영국이 1844년 공동주식회사법(Joint Stock Companies Act) 을 도입하면서 1주 1표 원칙이 명문화되었다. 미국에서는 1900년대들어 각 주(State)의 회사법이 정비되면서 1주 1표 원칙이 기본 설정으로 자리 잡아 나갔다. 이후 기업 간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투자한 자본의 양에 비례하여 권리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1920년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상장 조건으로 1주 1표 원칙을 요구하면서 이 제도는 현대 자본주의의 글로벌 표준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오늘날 1주 1표 원칙 원칙(One Share, One Vote)’은 주주 총회에서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1주당 하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 원칙의 핵심 포인트는 투자의 비중과 의사결정 권한을 일치 시킨다는 데에 있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갖추기 위한 갖추기 위한 기장 중요한 장치이다. 우리나라 상법은 제369조 제1항에서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고 규정하여 이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20세기 들어 1인1표 원칙이 흔들린 적이 있다. 일부 오너들이 경영권을 독식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이라는 것을 치고 나온 것이다. 창업주 또는 대주주에게 지분 비율보다 더 높은 비중의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정 가문이 경영권을 독점하거나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데에는 차등 의결권이 훨씬 유리했다. 차등의결권은 거대 자본가를 끌어들이는 데에도 나름 유용했다. 차등의결권은 그러나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다. 독점과 독식을 막아야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각 주들은 각 주별로 상법 개정을 통해 1주 1표제를 명문화시키기에 이르렀다. 1926년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경영권 세습 등을 방지하기 위해 1주 1표를 상장의 제 1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회적 비판 속에 사라졌던 의결권이 다시 부활한 곳은 실리콘 밸리였다. 신속한 의사 결정과 거대한 자금 도입이 필요했던 IT 기술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다시 차등의결권이 살아난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압력에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926년 도입한 차등의결권 금지 원칙을 1986년에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연방 대법원도 차등 의결권은 증권거래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 사실차등의결권 부활을 묵인하기에 이르렀다. .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