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석화산업, 구호 아닌 실행 경로 필요
이미지 확대보기연초에는 구조조정과 재편 논의가 앞섰다. 여수·대산 등 석화단지를 중심으로 감산과 통폐합 방안이 오르내렸다. 그러다 전쟁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석화 제품 생산은 충분하냐”는 질문이 업계를 향했다. 비닐봉지를 구하려고 줄을 설 정도로 국민의 시선은 플라스틱 생산으로 향했다. 100일을 넘긴 전쟁이 마무리되는 지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석화산업은 다시 기로에 섰다.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구조조정 압박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시장은 비효율 설비를 줄이고 사업 재편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동시에 이번 전쟁으로 원료와 소재 공급망이 흔들리자 자동차·전자·건설·포장재까지 제조업 전반이 석화산업에 기대고 있는 구조도 드러났다. 줄이라는 압박을 받으면서도 위기 때는 버텨야 하는 산업이 된 셈이다.
물론 재편은 필요하다. 공급 과잉이 누적된 범용 제품 중심 구조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다만 압박만으로 산업이 다시 뛰지는 못한다. 석화산업에 심심할 틈 없이 등장하는 ‘고부가 전환’ 역시 업계 안팎에서 이미 반복돼온 말이다. 이제 관건은 방향의 재확인이 아니라 가시적인 실행 경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화학산업포럼을 출범시켰다. 필요한 것은 원론적인 구호가 아니다. 어떤 설비를 줄이고, 무엇을 남길지, 남은 생산 기반을 어느 수요처와 연결할지까지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고용과 협력사 생태계를 지키는 방안도 빠질 수 없다. 줄이라는 압박과 버티라는 요구 사이에서 산업이 소모되지 않으려면, 더 구체적인 재편 문법을 써 내려가야 할 때다.
최유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hoiyui@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