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소상공인의 위기는 필자는 오랜 경험으로는 항상 반복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생계형 창업이 늘었고,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때에도 자영업은 실업을 흡수하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창업이 증가하면서 과당경쟁과 부채가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가 커졌다.
정부는 그동안 정책자금과 대출 만기 연장, 상환유예, 바우처 등으로 소상공인의 급한 불을 꺼왔다.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안전망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이 중단된 뒤 다시 어려움에 빠진다면, 이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일시적인 생존 연장에 머무는 한계가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기업가정신과 ‘창조적 파괴’는 소상공인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모든 사업을 동일선상에서 연명시키기보다 경쟁력 있는 사업에 성장 기회를 주고, 회생이 어려운 사업은 사업전환과 재창업의 길을 제공하는 것이 지속이 가능한 정책적 접근이다.
일본은 조건이 없는 일방적 생존 지원은 하지 않는다. 재무 상태와 사업 경쟁력을 진단해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경영 개선과 금융조정을 지원하고, 회생이 어렵다면 폐업과 재창업을 돕는다. 결국 지원의 핵심은 사업자를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미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독일 역시 중소기업과 장인 기업을 지역경제의 핵심으로 보는 ‘미텔슈탄트’ 전통이 강하다. KfW 등을 통한 금융지원과 혁신·디지털 투자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다만 관료주의와 행정비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원제도가 복잡하면 정책사업 본질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디지털 전환도 성과와 한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 2024년 디지털·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은 27.2%로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 스마트 주문·결제, 매장관리와 경영관리 프로그램은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단순한 장비 보급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특히 지난 15년간 정보화 사업은 정보화, 스마트화, 디지털화, AI 전환 등 이름은 달라졌지만 현장에서는 키오스크, POS, 홈페이지, 온라인몰, 교육 등 유사한 지원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는 사업명을 바꾸는 것보다 실제 경영성과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따져야 한다.
필자가 확인이 가능한 스마트상점·스마트공방 두 사업만 합산하면 2020~2026년 약 6,127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소상공인 정보화 예산이 아닌 대표 사업의 누적 규모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만큼 단순한 보급 숫자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장비 설치 후 실제 활용률은 얼마인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얼마나 늘었는지, 업무시간은 얼마나 줄었는지, 지원 종료 후에도 기술을 지속 사용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정보화 사업이 단순한 장비 보급에 그친다면 기술 발전과 무관하게 결국 예산만 소비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지원 전 경영 진단을 실시하고 지원 후 매출·순이익·고객 수·재구매율·업무시간·생존율 등을 측정해야 한다. 효과가 입증된 기술에는 지원을 확대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정보화’라는 이름 자체가 예산 집행의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소상공인 정책의 목표는 ‘버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경쟁할 수 있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기 지원은 필요하지만, 생산성·판로·디지털 경쟁력과 부채 개선을 높여야 한다. 지난 15년간 사업명만 바꾸는 방식은 끝내고, 세금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