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투표용지에 오른 데이터센터
Ballotpedia에 따르면 11월 3일 10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지방 안건 41건이 표결에 부쳐진다. 28건은 건설을 제한하고, 13건은 사업을 수월하게 하는 안이다. 절반이 넘는 21건이 오하이오에 몰려 있다. 선버리 등은 25메가와트가 넘는 시설을 금지하는 안을 표결하는데, 그 결과에 아마존의 20억 달러짜리 데이터센터 계획이 달려 있다.
다른 지역의 문구도 작지 않다. 캐자스주 엠포리아는 최대 전력 수요가 10메가와트를 넘거나 하루 10만 갤런 이상의 물을 쓰는 시설을 막으려 한다. 플로리다주 에지워터는 시의회가 이미 내린 금지를 시 헌장에 넣어, 앞으로 들어설 의회가 쉽게 뒤집지 못하게 하려 한다. 올해 앞서 처리된 데이터센터 안건 4건은 모두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전기요금이 만든 초당파 반란
이 문제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공화당이 더 아프다.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의 75%가 공화당 우세 주에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상원 선거위원회의 내부 문건은 데이터센터를 오하이오 허스테드 의원의 목에 걸린 닻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상대는 셔러드 브라운 전 의원이고, 이 선거는 상원 경합지 7곳 가운데 하나다. 텍사스의 애보트 주지사는 유권자의 압박에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멈추도록 지시했다.
조지아에서는 전기요금을 승인하는 공공서비스위원회 선거가 대리전이 됐다. 현재 5명 가운데 공화당이 3석을 가졌지만, 이번에 2석을 민주당이 모두 가져가면 다수가 뒤바뀐다. 민주당 현직 허버드 위원은 데이터센터 요금 할인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설비 비용이 가정에 떠넘겨진다고 주장한다.
AI 규제, 가장 확실한 방법
역설적이게도 AI 그 자체를 규제하려는 시도는 투표용지에 오르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오픈AI와 시민단체 커먼센스미디어가 손을 잡고 미성년자의 AI 챗봇 이용을 규제하는 발의안을 올해 1월 제출했다. 독립 감사와 보호자 동의 없는 데이터 판매 금지 등을 담은 안이었지만, 기한까지 서명을 내지 못해 무산됐다.
그러나 유권자는 다른 길로 AI를 마주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표결할 수 없어도, 그것을 돌리는 땅과 전기와 물은 표결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안건은 사실상 주민이 직접 행사하는 AI 규제가 됐다. 산업계도 이 대목을 잘 안다. 기술 업계가 뒷받침하는 슈퍼팩은 양당의 데이터센터 확대파 후보를 지원하고, 이번 선거에서 데이터센터를 언급한 광고에만 4,500만 달러가 넘게 들어갔다.
투표용지의 또 다른 쟁점들
주 단위로는 40개 주에서 164건의 안건이 확정됐고, 그중 145건이 11월 3일에 표결된다. 미주리에서는 2024년 통과된 낙태권 개헌을 되돌리는 안이, 캘리포니아에서는 순자산 10억 달러가 넘는 약 200명에게 일회성 5% 세금을 물리는 부유세안이 올랐다. 유권자 신분증, 트랜스젠더 선수의 경기 출전, 주민발의 가결 문턱을 60%로 높이는 안도 여러 주에서 다룬다. 양당의 주 정당이 정반대 입장을 낸 안건이 70건에 이르는 만큼, 대부분은 당파 대결의 연장선에 있다. 그런 탓에 진영을 가로지르는 데이터센터 문제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투표용지 아래쪽을 읽어야 한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데이터센터를 제한하는 28건과 허용하는 13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이 통과하는가. 둘째, 데이터센터 반발이 오하이오 상원 선거와 조지아 공공서비스위원회 선거의 결과로 이어지는가. 셋째, 연방과 주의 AI 정책이 이 지역 민심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한국도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AI 경쟁력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는 어느 나라에서나 같지만, 그 비용을 전기요금과 물, 땅으로 치르는 것은 결국 지역 주민이다. 미국의 주민발의는 그 비용을 누가 질 것인가를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묻는 장치다. 개표 날 의석수 그래프만 볼 일이 아니다. 투표용지 아래쪽에 적힌 문장들이 AI 시대의 정치가 어디로 갈지를 더 정확히 예고할지 모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