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기준이 되므로 기수가 아무리 팔을 뻗어 채찍을 내밀어도 소용없다. 말이 혀를 내미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말의 코가 먼저 들어와야 한다. 이는 전 세계 경마 시행국의 공통된 사항이다.
경주마들이 결승선에 들어올 때, 코가 살짝 앞에 들어온 경우를 가리켜 ‘코차’라고 부른다. 그 차이가 너무 미세해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울 때는 1초당 1천500 프레임을 촬영해 낼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한다.
카메라는 무려 0.01mm의 차이까지 식별한다. 그럼에도 박빙의 승부 몇 번씩은 동착이 발생해 재미를 안겨준다. 결승선에 들어올 때 말과 기수가 함께 있어야 순위가 인정된다. 경마는 기수가 말에 타고 있어야 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마한일전인 ‘SBS스포츠 스프린트(GⅢ)’에서는 1위부터 3위까지의 경주마가 모두 ’코차‘의 접전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1200m 단거리 경주인데다 세 마리의 경주마 모두 경주종반에 다른 경주마를 제치고 역전하는 진검승부를 선보였다.
이처럼 스피드 스포츠의 묘미란 짜릿한 속도 경쟁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경기의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는 즐거움도 있다.
라영철 기자 lycl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