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수치 함정, 실제 부실 규모 더 클수도

17일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3년 9월말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출 현황’에 따르면 증권사 PF 연체율은 2분기 대비 3.43%포인트 하락한 13.85%로 나타났다.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은 각각 4%대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간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증권사 PF 리스크는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브릿지론 PF 대출잔액은 지난 2분기 5조5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6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를 고려하면 증권사들은 PF 리스크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연체율 수치는 다소 오류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금융업계가 합의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브리지론의 대부분이 만기를 연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기연장이 기간만 연장된 것이 아니라 이자를 추후에 지급하거나 이자를 포함해 상환 금액을 늘려 연장을 해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자 지급 자체를 연기하거나 이자를 포함해 연장 금액을 증액하면 단연 연체율은 낮아지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상각이나 장기대출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상각을 통해 부실을 선반영 하기도 하지만 대출로 전환해 PF 연체율이 낮아진 영향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연체로 집계되고 있지 않은 브릿지론(이자 후취 만기연장및 대출 전환)을 포함한다면 실제 연체율은 발표수치 보다 높거나 오히려 낮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PF 리스크와 연관된 기업(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엠캐피탈, 신세계건설, 대신에프앤아이 등 )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줄줄이 강등되는 것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최근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태영건설이 해명한 것처럼 현재 워크아웃 신청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법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으로 3년 단위로 일몰과 연장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는 지난 10월 일몰됐으며 이달에 연장이 확정되면서 내년 초부터 다시 시행된다.
따라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추진이 아닌 자율협약 신청을 통한 대출만기 연장 논의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태영건설이 유동성 문제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가 과중하고 미착공 사업장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위기설은 작년말부터 거론됐다. 이를 방증하듯 태영건설은 올해 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에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 펀드 규모 계약을 했다. 또 부동산담보로 하나증권과 KB증권으로부터 19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다.
종합해보면 PF 리스크 관련 수면 아래에 있던 진실들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내년 상반기 브릿지론이 대부분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증권사들도 좌불안석이다. 최악의 경우 업계 전반 구조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 비중이 크고 유동성 대응력이 대형 증권사 대비 열위에 있다"며"PF 관련 조직 축소 과정에서 IB영업기반 저하 및 평판훼손 등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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