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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가 밀던 현대차·기아 실적, 엔저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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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가 밀던 현대차·기아 실적, 엔저에 '발목'

양 사 모두 3개월 전 실적 컨센서스는 못 넘어
토요타 주가 고공행진, 가격 경쟁력 확보 필요

원·달러 환율과 현대차 주가는 통상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지표가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수록 현대차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원·달러 환율과 현대차 주가는 통상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지표가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수록 현대차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은행
현대차와 기아가 달러 강세 수혜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엔화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만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컨센서스를 조금씩 상향 조정 중이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14조4637억원, 11조2374억원으로 1개월 전 실적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다만 양사 모두 3개월 전 실적 컨센서스는 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호실적에 호평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의구심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원·달러 환율과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대표 수출업종인 만큼 원·달러 환율이 상승(달러 강세)할수록 달러 수입이 늘어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저점을 형성하고 하락 전환(원화 강세) 시 본격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에서 거래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이유다. 하지만 복병이 있다. 바로 엔화 약세다.

엔·달러 환율과 현대차 주가는 지난 2020년 말부터 반비례 관계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수록 현대차 주가가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엔·달러 환율과 현대차 주가는 지난 2020년 말부터 반비례 관계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수록 현대차 주가가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은행

일본 중앙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음에도 엔화는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BOJ 정책이 과격하지 않았음은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후퇴한 탓이다.

일본 대표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 주가는 지난 1년간 97%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각각 24%, 36% 상승했다.

토요타와 현대차, 기아는 모두 미국 시장에서 경쟁한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021년 대비 50%, 원·달러 환율은 25%가량 올랐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 일본 자동차 수입 가격 부담이 낮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와 기아 주가 동향을 보면 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상승 탄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 강세가 현대차와 기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자동차와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반도체는 장비 부문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반면, 자동차는 완성차 업체가 경합한다"며 "달러 강세가 현대차와 기아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입국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수요가 줄고 하이브리드 수요가 증가하면서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들이 선전하는 것도 현대차와 기아 주가 상승 탄력을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엔화 강세 등도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