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관련 기업 포함, 61개 상장사 '비트코인 재무 전략' 채택
스트래티지 성공 사례 벤치마킹… 전환사채 활용 레버리지 극대화
찰스 스왑 "규제 완화와 정치적 움직임 속 투자 위험성 상존"
스트래티지 성공 사례 벤치마킹… 전환사채 활용 레버리지 극대화
찰스 스왑 "규제 완화와 정치적 움직임 속 투자 위험성 상존"

스탠다드차타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61개의 상장 기업이 이른바 '비트코인 재무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략은 기업의 현금 및 준비금 일부를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에 할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비트코인에 뛰어드는 이유
16일(현지시각) 미 일간 USA투데이가 2025년 상장 기업들이 비트코인 보유에 큰돈을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기업들의 비트코인 기 열풍 배경에는 과거 마이크로스트래티지(현 스트래티지-MSTR)의 성공 사례가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축적하기 시작해 현재 630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함께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는 2020년 이후 3,000% 이상 상승했으며, 올해 비트코인이 11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 가치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 전략을 모방하는 기업들이 지난 두 달간 비트코인 보유량을 두 배로 늘려 총 10만 개에 육박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 Technology Group, DJT.O) 역시 이러한 기업 중 하나로, 지난달 비트코인 투자를 위해 25억 달러를 모금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거나 ETF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기업들은 주로 전환사채 시장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함으로써 더 큰 레버리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은 기업들이 신용 시장을 활용해 더 많은 비트코인을 매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주가는 비트코인 보유량보다 높은 프리미엄으로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태양광 에너지 회사 솔라뱅크(SolarBank)는 이번 달 비트코인 재무 전략 도입을 발표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기술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노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솔라뱅크의 리차드 루 CEO는 "전통적인 공익사업 투자는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이다. 새로운 세상의 흥분과 전통 산업의 경계를 이어갈 수 있는 다리가 바로 암호화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비재 회사 유펙시(Upexi-UPXI)는 최근 또 다른 인기 암호화폐인 솔라나(Solana)를 위한 금고를 출시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루딕 유펙시 최고 전략 책임자는 "이는 회사가 주목받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회사가 주주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수탁자 의무가 있다면, 자금을 조달하여 운영 사업에 투자하거나 디지털 자산 금고에 넣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지금인가? 규제 완화와 정치적 움직임
이러한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암호화폐 업계의 자금을 유치한 후 미국 암호화폐 정책을 전면 개편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 설립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백악관에 업계 지도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체스터 스패트 재무학 교수는 "일부 기업들이 정치적 관심을 얻으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OKX의 최고경영자(CEO) 로샨 로버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점점 더 많은 기관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관들이 재무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이러한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수반되는 위험은?
그러나 다양한 암호화폐 재무 전략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업들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시점에 대규모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위험 요소로 꼽힌다.
찰스 슈왑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기업이 상당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가 그 가치가 갑자기 폭락할 경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비트코인 가격이 9만 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절반이 손실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추산했다.
암호화폐 플랫폼 팔콘엑스(FalconX)의 글로벌 시장 공동 책임자인 라비 도시는 "항상 그렇듯이 이런 광풍이 불 때마다 정말 큰 승자와 정말 큰 패자가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