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 국가 전산망을 위협하는 ESS 화재, 리튬이온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야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건이 발생하면서 '초대형 배터리'로 불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는 단순한 시설 사고를 넘어,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근본적인 위험성이 국가 전산망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방 당국도 장시간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이번 사태는 ESS 화재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드러냈다. ESS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SS 화재, 5년 6개월간 54건… 리튬이온의 '구조적 위험'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처럼 생산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핵심 장치다.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5년 6개월간 발생한 ESS 화재는 총 54건이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에 사용된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도 화재 위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 상용화된 이후 로봇, 전기차, 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이차전지다. 과거 니켈계 배터리보다 전압이 세 배 이상 커서 고용량·고출력 제품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셀 내부에 다량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어 화재 또는 폭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데이터센터 UPS에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삼원계(NCM)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불이 난 배터리도 NCM 계열이었다.
이 배터리들은 충·방전할 때 휘발성 액체인 전해질을 매개로 한다. 내부 단락(합선)이 발생하면 이 전해액이 '연료' 역할을 하며 화재가 커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노후 배터리 사용 문제와 기존 대책의 한계
ESS 화재의 주요 위험은 열 폭주(thermal runaway)와 화재 전이(fire transfer) 현상이다. 특히 충·방전을 반복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권장 사용 기한(통상 10년)을 초과하면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의 경우도 권장 사용 연한이 지난 배터리였다. LG CNS가 지난해 6월 교체를 권고했지만, 정기 점검에서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2010년대 후반 ESS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는 2023년 한국전기설비 규정 등 관련 제도를 개정하며 안전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강화된 정책만으로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ESS 시스템은 안전 관리를 위해 충전 범위(SOC)를 70~80%로 제한하거나 온습도·먼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조 설비(HVAC)를 가동해야 한다. 이는 운영비(kWh)를 약 20% 증가시키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또한 나트륨 배터리나 수소 배터리 같은 대체재는 아직 기술적·경제적으로 상용화 단계가 아니어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당장 대체할 현실적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ESS 시장 확대는 멈출 수 없다… '근본 해법' 액침냉각이 주목
이러한 안전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ESS 시장 확대는 멈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ESS 보급을 늘리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23GW 규모의 장주기 ESS가 필요하다. 향후 10년간 ESS 용량을 현재의 6배 수준인 30GW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국내 시장 규모만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도 "데이터센터 화재와 정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기술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 고발열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절연성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제거하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이 차세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장사 중 스마트그리드 전문기업인 지투파워는 이러한 기술적 대안을 선도적으로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투파워는 S-OIL과 협력하여 액침냉각 기술 기반 ESS 개발을 진행 중이며, 액침냉각형 ESS 신제품을 내년초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지투파워는 셀 단위 액침냉각과 첨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결합하여 ESS 화재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낮춘 신제품을 내년 상반기 양산화할 계획이다.
안전과 효율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액침냉각 기술이 ESS 시장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된다.
(시리즈 2편에서 계속됩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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