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유니버설·스카이 별도 상장사로 분리…미디어·통신 M&A 판 커질 가능성
미디어는 넷플릭스 인수 후보, 초고속 인터넷은 차터 결합론 부상
미디어는 넷플릭스 인수 후보, 초고속 인터넷은 차터 결합론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케이블·미디어 대기업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과 유럽 미디어 사업 스카이를 떼어내기로 하면서 미국 미디어·통신업계의 후속 인수합병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분사는 단순한 사업 구조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와 통신망을 한 회사 안에 묶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과거 전략을 되돌리고 미디어와 브로드밴드 사업을 각각 독립된 거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미디어 산업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분사 결정이 향후 미디어와 브로드밴드 업계의 추가 거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컴캐스트는 전날 NBC유니버설과 스카이를 별도 상장사로 분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컴캐스트는 케이블TV, 초고속 인터넷, 무선통신 등 통신 인프라 사업을 계속 보유한다. 반면 새 NBC유니버설은 NBC 방송망, 유니버설픽처스, 피콕, 텔레문도, 테마파크, 스카이 등을 거느린 독립 미디어 기업으로 출범하게 된다.
◇통신망과 콘텐츠 결합 전략 15년 만에 후퇴
이번 결정은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품은 지 약 15년 만에 나온 구조 재편이다.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회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케이블 인프라와 방송·영화 콘텐츠를 함께 보유하면 배급과 제작 양쪽에서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시장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케이블TV 가입자는 줄고, 광고시장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했다. 콘텐츠 회사들은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 아마존 등과 경쟁해야 하고 통신 인프라 회사들은 무선통신사와 위성 인터넷 사업자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
미디어와 통신망의 성장 논리가 달라지면서 두 사업을 한 회사 안에 묶어두는 전략의 설득력도 약해졌다.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떼어내기로 한 것은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로버츠 회장은 애널리스트 콘퍼런스콜에서 기술 사업과 미디어 사업이 각각 다른 성격의 기회를 갖고 있다며 전담 경영진과 전략적 유연성 아래 움직이는 편이 낫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독립 NBC유니버설, 넷플릭스 표적 되나
시장의 관심은 분사 이후 NBC유니버설의 행보다. 독립 상장사가 되면 NBC유니버설은 디즈니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더 직접적으로 비교될 수 있어서다. 방송망, 영화 스튜디오, 테마파크, 스트리밍 서비스를 모두 갖춘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가치가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
동시에 인수합병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진다. 최근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인수전에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승리한 뒤 미디어 업계에서는 다음 대형 거래 후보를 둘러싼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넷플릭스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넷플릭스는 스포츠 중계권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NBC유니버설은 올림픽, 슈퍼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깊게 연결돼 있다. NBC 방송망과 피콕, 텔레문도, 유니버설픽처스의 콘텐츠 자산도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에는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넷플릭스가 전통 방송망까지 보유하려 할지는 별개의 문제란 지적이다. 스트리밍 중심 기업인 넷플릭스가 NBC 같은 지상파 네트워크와 복잡한 규제 환경을 감수할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NBC유니버설이 당장 매각 수순에 들어간다는 신호도 확인되지 않았다.
◇컴캐스트 본체는 차터 결합론 부상
미디어를 떼어낸 뒤 남는 컴캐스트는 통신 인프라 회사 성격이 더 뚜렷해진다. 초고속 인터넷, 케이블TV, 무선통신, 기업용 통신 서비스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컴캐스트와 차터커뮤니케이션스의 결합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터는 미국의 최대급 초고속 인터넷·유료방송 사업자 가운데 하나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미국 케이블·브로드밴드 시장에서 압도적 규모를 갖춘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다.
차터 주가가 컴캐스트 분사 발표 이후 급등한 것도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은 미디어 자산을 떼어낸 컴캐스트가 향후 통신 인프라 사업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제 결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차터는 이미 콕스커뮤니케이션스와 결합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부채 부담도 크다. 미국 내 양대 유료방송·브로드밴드 사업자가 합쳐질 경우 규제 당국의 강도 높은 심사도 불가피하다.
◇미디어·통신 재편의 새 출발점
블룸버그에 따르면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분사는 미국 미디어·통신업계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통신망과 콘텐츠를 한 회사가 함께 가져야 하는가, 아니면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더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AT&T가 과거 타임워너를 인수했다가 워너미디어를 분리한 것처럼 컴캐스트도 NBC유니버설을 떼어내며 통신·미디어 결합 전략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이는 2010년대 대형 미디어·통신 결합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다만 분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NBC유니버설은 넷플릭스나 다른 미디어·기술 기업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남는 컴캐스트는 차터 같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와의 결합 가능성을 계속 자극할 수 있어서다.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떼어내면서 미국 미디어 산업의 다음 판은 더 복잡해졌다. 콘텐츠, 스트리밍, 스포츠, 테마파크, 초고속 인터넷, 무선통신이 각자 다른 축에서 다시 짝을 찾는 과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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