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경영권 방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소위 말하는 ‘기업 사냥꾼’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것은 좋은 취지다. 그런데 왜 오너나 특정 주주만을 위한 경영권 방어인지 의문이다. 금융당국이 이를 두고 고심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둘째는 주가 방어다. 주가가 급락할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자사주 매입이다. 국내 모든 상장사들에 묻고 싶다. 그 어떤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자산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이라고 판단한 것인가.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자사주 매입이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라고 판단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셋째는 둘째 요인과 연관된 것이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꺼리고 소각 자체가 전무해질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는 굉장히 단편적이면서도 협소한 시각이다.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으면 기업은 해당 자금을 활용할 곳을 찾아야 한다. 마음대로 되진 않지만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것은 자본 투입 대비 높은 수익성이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균형적 시각이 아닌 부정적 시각만 갖고 있으니 이상한 논리로 전개되는 셈이다.
이렇게 자사주 소각에 대해 편향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분명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할 의무가 없다. 당연히 소각할 의무도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회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기업규모와 수익성 그리고 평판 등을 쫓아가게 된다. 하지만 시장가치와 기업 내재가치 사이에 괴리가 상당히 벌어지는 시기가 있다. 이때,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활용해 주당순자산가치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주주환원은 충분하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동의하진 않는다. 무엇이든 강제적인 것은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에 이은 소각에 대한 기회비용 측정을 통해 기업이 효율적으로 자산을 활용하고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세제 혜택도 기업의 자산활용 효율성과 연계돼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적인 밸류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근책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다 먹은 ‘당근’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먹어도 줄지 않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