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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어지는 유가 하락세…美 경제에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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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어지는 유가 하락세…美 경제에 '양날의 검'

지난 2019년 11월 22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러빙카운티의 퍼미안 분지에서 원유 시추기에 해가 비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11월 22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러빙카운티의 퍼미안 분지에서 원유 시추기에 해가 비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유가 하락이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에너지 산업에는 타격을 주고 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이 8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NPR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순 약 80달러(약 11만2000원)였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60달러(약 8만4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25%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그 결과 휘발유 가격도 예년과 달리 봄철에 오르지 않고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NPR은 “유가 하락이 소비자들에게는 주유비 절감 효과를 주고 물류비 감소로 물가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유가 하락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약 0.3% 낮추는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의 이면에는 미 에너지 산업의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댈러스지부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유가는 미국 내 신규 유정 시추를 수익성 있게 진행하기에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NPR은 “일부 석유업체는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이 이번 분기를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기업 다이아몬드백은 이번 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국 내 육상 석유 생산은 정점을 찍고 이번 분기부터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과도 충돌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하락과 동시에 미국의 석유 생산 증가를 공약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저유가는 생산 기업들에는 오히려 시추 중단 요인이 되고 있다.

NPR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낮은 기름값과 석유업계의 호황은 동시에 실현되기 어려운 모순된 목표”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국제유가 하락의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조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환경 문제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석유 수요가 줄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여전히 올해는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OPEC+는 지난 3일 자발적 감산을 진행하던 일부 회원국들이 감산 규모를 줄이기로 하면서 시장에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NPR은 “일부 회원국들이 OPEC+ 할당량을 초과해 생산하고 있는 정황도 나타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같은 비협조적 회원국들을 압박하기 위해 증산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OPEC+에 증산을 직접 요구해 왔다는 점도 언급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