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인도 목표, 수에즈막스급 2척 발주
HD현대중·한화오션·삼성중, 압도적 기술력 바탕으로 수주 경쟁
HD현대중·한화오션·삼성중, 압도적 기술력 바탕으로 수주 경쟁

지난 12일(현지시각)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렙솔은 2028년 인도를 목표로 1척의 확정 발주와 1척의 옵션 발주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선박 가격은 척당 1억4500만 달러(약 2049억 원)에서 1억5000만 달러(약 2120억 원) 사이로 예상된다.
렙솔은 해상 원유 생산 및 수송 역량 강화를 위해 수에즈막스급 셔틀 탱커 신조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8년 인도를 목표로 하며, 1척 확정 + 1척 옵션 형태로 발주가 진행 중이다.
이번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 DH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주요 조선 그룹들이 모두 참여해 초기 제안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삼성중공업과 그리스 안젤리쿠시스 해운 그룹의 조합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드윈즈는 렙솔과 안젤리쿠시스 그룹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렙솔은 현재 그리스 소유의 158,600 DWT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러너(2017년 건조)를 포함해 약 12척의 중소형 유조선 또는 가스 운반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선박은 3년 계약으로 고정됐다. 렙솔이 이 새로운 선박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한편, 렙솔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매력적인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에 160억 유로(약 25조1105억 원)에서 190억 유로(약 29조8187억 원) 규모의 자본 지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2027년과 2028년에 브라질과 멕시코만에서 가동될 예정인 해양 탐사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셔틀 탱커는 해상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를 해상에서 직접 적재하여 육상 터미널이나 정유소까지 운송하는 특수 선박이다. 일반 원유운반선과 달리, DP(동적 위치 제어)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파도와 조류에도 정밀하게 위치를 유지하며 해상에서 원유를 안전하게 실어 나를 수 있다.
수에즈막스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약 15만~16만 DWT)의 탱커를 의미한다. 셔틀 탱커 중에서도 대형급에 속하며, 해상 유전의 대량 원유 수송에 적합하다.
최근 브라질, 노르웨이, 영국 등지의 해상 유전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셔틀 탱커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프리솔트 해상 유전과 북해 지역에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 셔틀 탱커 신조 발주가 잇따르고 있다.
셔틀 탱커는 일반 탱커보다 건조 비용이 30~40% 더 높다. 이번 렙솔 프로젝트의 입찰가는 척당 1억450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약 2029억~2120억 원)로, 최근 시장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 한국 조선소, 셔틀 탱커 시장 주도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의 대형 조선소들은 셔틀 탱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글로벌 셔틀 탱커 신조의 70% 이상을 한국 조선소가 수주했다. 첨단 DP 시스템, 친환경 연료 적용, 에너지 효율 설계 등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스 선주들은 전통적으로 원유, LNG, 벌크 등 해운 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셔틀 탱커 분야에서도 세계 선대의 약 23%를 보유하고 있다.
차코스 에너지 내비게이션(TEN)은 그리스 아테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선사로, 셔틀 탱커, 원유운반선, LNG선 등 다양한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산하 트랜스페트로를 위한 셔틀 탱커 9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2027~2028년 인도, 척당 약 1억 4700만 달러)하며 대규모 신조 실적을 확보했다.
TEN은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와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브라질, 북해, 서아프리카 등 주요 해상 유전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그리스 선주 TEN, 유력 후보로 떠올라
TEN은 대형 선박 투자 경험, 첨단 선박 관리 능력, 글로벌 메이저와의 신뢰 구축 등에서 경쟁 선주보다 우위에 있다. 최근 신조 선박에 친환경 연료(메탄올, LNG)와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극 도입해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 조선소들은 DP 시스템, 친환경 설계, 스마트십 등에서 기술적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DP 시스템은 선박이 해상에서 정확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 제어 시스템이며, 친환경 설계는 IMO 환경 규제(탄소 배출, 황산화물 등)에 대응하기 위한 LNG 이중 연료, 에너지 절감 장치(에어 버블, 프로펠러 개선 등) 적용을 포함한다. 또한, 원격 모니터링, 자동화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이 대거 탑재된 스마트십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5년간 셔틀 탱커 20척 이상을 수주하며 브라질, 노르웨이, 영국 등 주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한화오션은 북해, 브라질 등지에 셔틀 탱커를 공급했으며, 현대중공업은 셔틀 탱커, LNG 이중 연료 탱커 등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렙솔은 스페인, 남미, 북해 등지에서 해상 원유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셔틀 탱커 신조를 통해 해상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운송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 도입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을 실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2025~2030년 글로벌 셔틀 탱커 신조 수요는 해마다 5~7척 수준으로 꾸준할 전망이다. 브라질, 북해, 서아프리카 등지의 해상 유전 개발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소와 그리스 선주(특히 TEN)의 협업 모델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그리스의 TEN이 최근 대규모 셔틀 탱커 발주 실적, 글로벌 메이저와의 협력 경험, 친환경 전략 등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며 렙솔 프로젝트의 유력 파트너로 떠올랐다. 앞으로 글로벌 셔틀 탱커 시장에서 한국 조선소와 그리스 선주 간 전략적 협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