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량 2000만 배럴 전망…VLCC 현물 운임 상승 기대감↑
셰일 혁명發 공급 확대·한국 수입처 다변화 맞물려
셰일 혁명發 공급 확대·한국 수입처 다변화 맞물려

해상운송 분석 회사인 케이플러(Kpler)는 13일(현지 시각) "현재까지의 선적 계획이 모두 이행된다면 5월 미국산 원유의 한국 수출 물동량은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인 2000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산 원유를 본격 수입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다.
케이플러는 "이러한 강력한 선적 흐름이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면 5월 3주차와 6월 VLCC 현물 운임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클락슨스 시큐리티즈(Clarksons Securities)는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석유 증산으로 수요 증가 추세 속에 VLCC 현물 운임이 한 달 만에 26%나 급등해 하루 5만3900달러(약 7620만3820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 美 원유수출 확대 배경과 한국 수입구조 변화
케이플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는 하루 평균 54만 배럴로 전달보다 약 20만 배럴 증가하며 한국의 두 번째로 큰 원유 공급국 입지를 더욱 굳혔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한국의 2위 원유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 산유국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카타르·브라질 등 비중동 지역에서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2015년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풀면서 핵심 원유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우호적인 무역 환경, 에너지 안보 강화, 공급처 다변화 정책 등이 미국산 원유 수입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에너지 안보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유 수입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발 원유 수입량이 늘면서 VLCC 시장의 단기 운임 상승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의 대(對)한국 원유 수출 증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VLCC 현물 시장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IMO 2020 등 환경규제 강화로 저유황 경질 원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 한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확충 정책 또한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VLCC는 최대 200만 배럴(약 32만 DWT)까지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으로, 한국~미국 간 장거리 항로에서는 경제성과 운송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주로 VLCC가 투입된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원유 수출이 급증하면, VLCC 수요가 단기로 크게 늘어나 단기 운송료율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5월 한국~미국 항로에 투입되는 VLCC가 크게 늘어날 경우 운임은 하루 7만~10만 달러(약 9900만~1억4143만원)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VLCC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원유 수출액은 약 137억 달러(약 19조3759억원)로, 양국 간 에너지 교역의 핵심축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미국산 원유의 아시아 최대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미국산 원유 수출 증가는 한·미 경제협력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에쓰오일,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한국 정유회사들은 미국산 원유 도입으로 원유 조달처 다변화, 가격 협상력 강화, 정제 마진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산 원유는 경질 저유황 특성 덕분에 고부가가치 석유제품(휘발유·경유·나프타 등) 생산에 유리하다.
또한 중동 정세 불안,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해 미국·브라질 등 비중동 지역 원유 비중을 높임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2025년 원유 비축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 전략적 재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홍해·수에즈 운하 등 주요 해상 물류 경로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장거리 항로(미국~한국) 운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VLCC 운임 상승은 해운사·정유사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 과제를 동시에 안겨준다.
미국-아시아(특히 한국·중국·인도) 간 원유 수출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VLCC 시장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선박 연료의 친환경화와 IMO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신조 VLCC 발주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선사들은 VLCC 시장 강세를 활용해 용선 수익 극대화, 선대 확장, 선박 관리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소는 친환경 VLCC 신조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의 한국 원유 수출은 5월에 사상 최고치인 20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국의 원유 조달 다변화, 에너지 안보 강화, 해운·조선 산업의 수익성 개선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한국 간 에너지 교역 증가, VLCC 시장의 동향은 한국 해운·정유·조선 산업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