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장비 가격 3억 8000만 달러 육박
미국과 중국 사이 기술 패권 다툼 심화... TSMC 3나노 수율 60% 넘어, 삼성 2나노는 30~50%에 그쳐
미국과 중국 사이 기술 패권 다툼 심화... TSMC 3나노 수율 60% 넘어, 삼성 2나노는 30~50%에 그쳐

지난 18일(현지시각) 나스닥 보도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 제조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공정 중 하나로, 몇몇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하나의 첨단 반도체 공장(팹) 건설에는 300억 달러(약 41조8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산업에서 61%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7나노미터(nm) 미만의 첨단 공정에서는 67%까지 올라간다. 이러한 우위는 AI 칩 필요가 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TSMC의 최첨단 생산 능력은 이미 예약이 끝났으며, 엔비디아의 고급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기 AI 칩 공급의 핵심 병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유일하게 공급하는 회사로, 이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장비는 2층 버스 크기에 가격이 1억 달러(약 1395억 원)를 넘으며, 다음 세대 High-NA EUV 장비는 3억8000만 달러(약 5300억 원) 이상에 이른다. TSMC, 인텔, 삼성 등 주요 파운드리는 첨단 칩 생산을 위해 ASML의 장비에 온전히 의지하고 있다.
TSMC의 경쟁자로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있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활용해 3나노 공정을 개발했지만, TSMC보다 수율이 낮고 주요 외부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삼성의 2나노 공정 시험 생산 수율은 30~50%로, TSMC의 비슷한 공정 수율(60% 이상)에 크게 못 미친다.
인텔은 18A(2나노에 맞먹는) 및 1.4나노 노드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내놓으며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2025년 자본 지출을 120억~140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19조5000억 원)으로 늘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외부 고객을 확보했다. 그러나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인텔은 첨단 제조 공정 완성도와 수율, 비용 효율 면에서 TSMC보다 몇 해 뒤처진 상황이다.
반도체 제조는 미국과 중국 기술 경쟁의 중심에 있다. 미국 정부는 첨단 칩과 제조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이 때문에 ASML은 최첨단 EUV 및 일부 DUV 장비를 중국 고객에게 팔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반도체 제조의 국내 능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 SMIC와 리소그래피 도구를 개발 중인 시캐리어(SiCarrier) 등이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 중국은 7나노 칩 생산 등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ASML의 첨단 리소그래피 기술을 따라 만드는 데 큰 기술적 장벽에 부딪혀 있다.
대만의 첨단 제조업 집중과 AI 칩 수요 급증에 따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새로운 제조 시설 구축에 큰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은 TSMC와 인텔 같은 기업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돕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생산 시설을 가동하기까지는 건설, 장비 설치, 수율 높이기 등에 몇 해가 걸린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필요한 장비의 기다림 시간이 늘고 있다는 보고는 ASML 병목 현상 때문에 생긴 공급망 압박을 보여준다. 또한, 새 공장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지만, 다음 세대 공정을 위한 핵심 연구개발은 TSMC의 신주(Hsinchu), 인텔의 힐스보로(Hillsboro), 삼성의 평택과 같은 기존 중심지에 모여 있어, 새 시설은 여전히 이들의 기술 개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