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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환율보고서’ 내달 발표… 원화절상 압박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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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환율보고서’ 내달 발표… 원화절상 압박 ‘기로’

韓, 대미무역 흑자에 '관찰대상국' 유지할 듯
중국 위안화 절상에 '아시아 통화 강세' 가능성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초반까지 하단 열어둬야"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원화 가치 절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 재무부가 다음 달 발표하는 ‘환율보고서’가 가늠치가 될 전망이다. 사진=프리픽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원화 가치 절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 재무부가 다음 달 발표하는 ‘환율보고서’가 가늠치가 될 전망이다. 사진=프리픽
한·미 환율 협상이 이달 초 본격화해 미국의 ‘원화 가치 절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 재무부가 다음 달 발표하는 ‘환율보고서’가 환율 절상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교역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려는 미국 정책에 따라 중국 위안화마저 강세 기조를 나타낸다면 원·달러 환율은 하단을 더 열어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일 한국은행과 서울 외환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은 종가 기준 30.6원에 이른다. 지난 14일 전거래일 종가 대비 4.2원 오른 1420.2원에 마감했는데, 이틀 후인 16일 1389.6원으로 종가가 내려오면서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일보다 5.4원 내린 1392.4원에 장을 마쳤다.

당시 환율 급락세는 한·미 환율 협의가 있었다는 보도에 원화 절상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교역국의 통화 가치를 올리는 방안으로 자국 기업의 이익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원화 절상 여부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통해 파악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재무부 평가 항목 3개 중 모두에 해당하는 국가는 ‘환율조작국’, 2개에 부합하는 국가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이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바 있는데, 올 상반기 환율보고서에도 동일하게 포함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년간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인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 이상인 달러 순매수 규모 등이 재무부의 평가 기준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556억6508만 달러다. 동 기간 경상수지 흑자 폭(990억4000만 달러)도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원화는 최근 달러인덱스상의 달러 약세 흐름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여건을 고려해 1달러당 1400원을 기준으로 변동하고 있다”면서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통화 가치 절상 압력과 원화의 환율 하락(절상) 요인이 우세한 데다, 우리나라가 미 재무부의 관찰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 전후로 기준점을 잡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 가치 절상까지 유도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아시아 통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는 7.2 수준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았는데,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기준치를 이보다도 내린 7.19로 절하 고시하고 나섰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위안화 절상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정부도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일정 부분 용인할 것”이라면서 “이미 시장은 아시아 통화들을 통해 환율 합의를 이룰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으며, 달러 대비 원화의 풋옵션 거래량이 콜옵션보다 많이 거래되는 모습을 볼 때 시장 참여자들은 원화 강세에 베팅 중”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까지 하단을 열어둘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손 교수는 “미국의 정책적인 노력으로 하반기에는 7.0 이하의 위안화 강세 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여건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1300원대 초반까지 하단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춰 국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수출 규모에는 타격을 준다. 미국의 원화 절상 압박이 ‘제2의 플라자 합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거론되는 이유와도 맞닿았는데, 당시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도록 협력해 달라는 미 재무부 요청에 엔화 가치 절상을 일으킨 일본은 20여 년간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편 한·미는 통화정책을 비롯해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등 4개 분야를 중점에 둔 ‘7월 패키지’ 마련을 이어간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