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라이선스도 도입…3개월간 100억 달러 투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여파로 공장 등 건설 나서
뒤바뀐 중국과 미국 투자 방향성…일시적 효과일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여파로 공장 등 건설 나서
뒤바뀐 중국과 미국 투자 방향성…일시적 효과일 수 있어

26일 글로벌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계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거나 라이선스 도입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추세다. 이전에는 공장건설에 대한 투자가 많았는데 투자 기조가 바뀐 것이다.
약 10년 전에는 노보 노디스크와 화이자 등의 기업들은 중국 내에 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투자를 종용하기 위한 정책을 펼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저렴한 인건비와 유지비도 글로벌 빅파마들이 공장이나 연구소 등의 투자를 단행하기 유리한 조건이었다.
최근 화이자는 중국 3SBio와 항암제 후보물질 'SSGJ-707'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 12억 5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와 마일스톤 등을 포함해 최대 60억 달러(약 8조2000억 원) 이상 규모의 계약이다. 해당 계약을 통해 화이자는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게 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중국 유나이티드 래보러토리스와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UBT251'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규모는 총 20억 달러(약 2조700억 원)에 달한다. 미국 머크(MSD)도 장쑤 허루이 제약과 심혈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RS-5346'을 확보하기 위해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지난 3개월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가 투자됐다.
다수의 바이오벤처가 설립된 미국의 바이오벤처로부터도 기술도입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인수나 기술도입에 투자되는 비용이 중국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설비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관세나 의약품 가격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되는 의약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최근에는 약가를 낮추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관세 정책을 언급할 당시에는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미국 내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각)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미국에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과 생산 시설에 최소 200억 달러(약 27조2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발표 당시 사노피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많은 고임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른 스위스 제약사인 로슈도 500억 달러(약 68조20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 내에 있는 제약사들도 투자를 단행했다. 존슨앤드존슨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퀍(BMS), 일라이 릴리 등은 각각 550억 달러(약 74조9000억 원), 400억 달러(약 54조5000억 원), 270억 달러(약 36조7000억 원)의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는 라이선스 도입과 다르게 장기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금액의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나 유지비를 생각하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제약바이오가 아닌 다른 산업군에서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느니 인건비나 유지비가 저렴한 곳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로봇을 활용하겠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과 미국에 대한 투자 방식이 뒤바뀐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지는 지켜봐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수 년전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와 토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투자를 단행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기술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라이선스 아웃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반면 미국은 관세 및 약가인하 정책 등으로 자국 내 생산시설 건립을 요구하는 반대 상황이 됐다"며 "다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미국 내 투자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일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은 이같은 상황에 휩쓸리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