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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CATL, 리튬-금속 배터리 수명 '발목' 잡던 '염 소모' 규명…농도 제어로 돌파구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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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CATL, 리튬-금속 배터리 수명 '발목' 잡던 '염 소모' 규명…농도 제어로 돌파구 마련

에너지 밀도 500Wh/kg, 기존보다 수명 2배…차세대 전해질 개발 성공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발표…전기차·도심항공교통(UAM) 적용 기대
중국 CATL이 배터리 수명을 좌우하는 '염 소모' 문제를 해결하고 전해질 농도 조절을 통해 성능을 개선, 에너지 밀도 500Wh/kg 및 기존 대비 2배의 수명을 달성한 차세대 리튬-금속 배터리 전해질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CATL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CATL이 배터리 수명을 좌우하는 '염 소모' 문제를 해결하고 전해질 농도 조절을 통해 성능을 개선, 에너지 밀도 500Wh/kg 및 기존 대비 2배의 수명을 달성한 차세대 리튬-금속 배터리 전해질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CATL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이 새로운 전해질 조성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명이 긴 차세대 리튬-금속 배터리(Lithium Metal Battery, LMB) 개발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CATL은 이 배터리 기술을 앞으로 전기 자동차와 전기 항공기 등 고용량·고신뢰성 배터리가 필요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을 적극 검토 중이다.

2일(현지시각) 일렉트라이브에 따르면 CATL이 개발한 리튬-금속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500Wh/kg, 주기 수명 483회를 달성했으며, 이는 기존 시제품 배터리 수명의 두 배에 이른다.

CATL은 이를 "전기차와 전기 항공 분야 상용화의 중요한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특히 배터리 수명 전반에 걸쳐 전해질 안 LiFSI(Fluorosulfonyl imide, 리튬염) 염의 농도 변화와 소모량 분석에 집중했다.

◇ 수명·안전성 발목 잡은 리튬-금속 배터리


리튬-금속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흑연계 음극재 대신 리튬 금속을 사용하여 음극의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여 충전과 방전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안전성도 우수하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 결정체(덴드라이트)가 생기는 문제와 배터리 내부 부식, 대량 생산의 어려움 등으로 상용화가 어려웠다.

CATL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리튬 금속 배터리 계면 반응 정량화를 통한 비수계 전해액의 응용 중심 설계'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 성과를 자세히 공개했다. CATL은 이 논문에서 "기존 리튬-금속 배터리 연구는 주로 용매화 구조나 고체 전해질 최적화, 또는 용매 분해, 비활성 리튬(데드 리튬) 축적, 용매화 환경 변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으나, 이러한 배터리들이 에너지 밀도와 주기 수명 간 상충 관계라는 문제점을 오랫동안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 주기 동안 활성 리튬과 전해질 구성 요소의 소모를 정확하게 수치로 나타내지 못해, 리튬-금속 배터리의 급격한 성능 저하 원인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CATL"배터리 수명 단축, 주범은 '염 소모'"


CATL은 자체 개발하고 개선한 여러 분석 방법을 통해, 전지(셀) 고장의 주된 원인이 기존의 일반적인 가정과 달리 용매 분해, 비활성 리튬 축적, 또는 용매화 환경 파괴가 아니라 전해질 염인 LiFSI의 지속적인 소모 때문임을 규명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배터리 수명이 다했을 때 이 LiFSI 염은 초기 양의 71%까지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CATL은 LiFSI 염 농도를 높이고 점도를 낮춘 새로운 전해질을 개발하여, 같은 전류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주기 수명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CATL은 이번 결과를 통해 "오랫동안 성능을 유지하려면 전해질 자체의 내구성을 핵심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CATL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전담 조직 '21C 랩'이 진행했다. CATL의 오우양 추잉 연구개발(R&D) 공동 총괄 겸 21C 랩 부소장은 "학술 연구와 상용 배터리 전지에서의 실제 적용 사이 차이를 메울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며, "우리 연구 결과는 LiFSI 염 소모,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전체 염 농도가 배터리 수명의 근본적인 결정 요인임을 분명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CATL은 또한 "염 농도와 내구성 관리가 리튬-금속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을 결정짓는 근본 요소"임을 거듭 강조하고, "앞으로 전해질 내 염의 내구성에 관한 연구가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핵심 연구 분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술 투자 확대와 시장 경쟁…상용화 박차


CATL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약 186억 위안(약 3조 5542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 세계에서 4만 3000건 넘는 특허를 출원했거나 이미 등록했다고 덧붙였다.

리튬-금속 배터리 연구 분야의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팀이 최근 보레이트-피란계 액체 전해질을 활용한 리튬-금속 배터리 개발에서 새로운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CATL의 이번 연구는 리튬-금속 배터리 상용화의 주요 걸림돌로 꼽혔던 수명 문제의 핵심 원인을 규명하고, '염 농도 관리'라는 새로운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현재 이 기술은 시제품 단계이며,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