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주식 시장 상승세 속에 시장 실적 지표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6일(현지시각) 심리적 저항선인 6000선을 다시 뚫었다.
지난 2월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6144.15에 불과 144포인트(2.3%)만 남겨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시작하면서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하는 약세장을 기록하기도 했던 S&P500 지수가 이제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전고점이 임박해지는 와중에도 주식 시장에서는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걷힌 것이 아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감 고조
한쪽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다른 쪽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투자 은행 3곳이 S&P500 지수 연말 목표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영국계 바클레이스는 5900에서 6050으로, 캐나다계 투자은행인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BC)는 5550에서 5730으로 상향 조정했다.
독일계 도이체방크는 6150에서 6550으로 높여 잡았다.
이전 경험으로 볼 때 S&P500 지수가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는 예상도 있다.
카슨 그룹 최고시장전략가(CMS) 라이언 데트릭은 S&P500 지수가 지난달 6.2% 급등한 것은 35년 만에 가장 높은 6월 상승률이라면서 이는 향후 주식 시장 강세의 전조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데트릭에 따르면 1950년 이후 S&P500 지수가 5%대 후반 상승세를 보인 경우에는 이후 12개월 뒤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노동시장에 균열
S&P500 지수가 6일 다시 6000선을 돌파한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탄탄한 5월 고용동향이었다.
실업률은 4.2%로 4월과 같았고, 신규 취업자 수는 13만9000명으로 4월 수정치 14만7000명에 조금 못 미쳤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들이 추산한 12만5000명은 크게 웃돌았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노동시장이 아직 탄탄한 것으로 나타나고, 이에 따라 미 경제가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경기침체에 빠질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식 시장이 상승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평가와 달리 노동시장은 실제로 “기초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경고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괜찮지만 수개월 안에 미 노동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일자리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프린시펄 자산운용 최고전략가 시마 샤는 분석노트에서 “명확한 균열들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5월 고용지표는 올 여름이 저물 무렵에는 고용 시장 둔화 움직임이 뚜렷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시장은 이런 경제적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앱캐스트의 앤드루 플라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CNBC에 미 고용시장에는‘기초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수개월 안에 노동자들을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기간에 지나치게 올라
투자자들도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경계심으로 추가 매수에 신중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S&P500 지수는 4월초 기록한 올해 저점 대비 이미 20% 폭등했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고 말한 4월 2일 대대적인 상호관세 발표 충격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
주식 시장은 관세도 없고, 이에 따라 경기 둔화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하던 시절의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고평가 우려를 자아내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제 2.3%만 더 오르면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사상 최고치는 S&P500 지수의 단기 모멘텀 지표인 20일 이동평균에 비해 4% 높은 수준이다.
지난 1년 동안 S&P500 지수는 20일 이평선을 2% 넘게 뛰어넘은 적이 없다.
차트 분석가인 22V 리서치 기술전략책임자 존 로크는 S&P500 지수는 6000선에서 저항을 받을 것이라면서 그 구간에서는 과매수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로크는 6000을 돌파한 S&P500 지수는 신고점을 찍는 대신 후퇴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비관했다.
펀더멘털로 봐도 트럼프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성과가 좋다면 이것이 새로운 기폭제가 되면서 시장 상승세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관세충격 지연
나일스 투자운용 창업자인 댄 나일스는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일스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금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타는 것은 미래의 시간을 빌려온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가 오르기 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자동차, PC 등을 사고 있고, 덕분에 경제가 아직은 순항하고 있지만 관세충격이 실제로 미치기 시작하면 이런 소비가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소비를 당겨서 쓴 터라 미래 소비 감소 폭은 더 클 수 있다고 나일스는 전망했다.
나일스는 S&P500 지수가 올 4분기 10% 하락해도 놀랄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가 일시적으로 고양됐을 수 있지만 호황이라고 볼 수는 없는 데다 일자리 증가세도 확실하게 둔화되고 있고,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지수는 5월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70~80%를 차지하는 핵심 변수다.
토레스는 기업들이 트럼프 관세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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