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도시가 상품이냐"… 베이조스 '초호화 결혼식'에 베네치아 분노 폭발

글로벌이코노믹

"도시가 상품이냐"… 베이조스 '초호화 결혼식'에 베네치아 분노 폭발

호텔 5곳 통째로 예약, 전용 부두까지… 도시 일부 '점령' 수준에 주민 반발
시장은 "수백만 달러 경제 효과"… 시민들은 "과잉관광 부추기는 쇼" 비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사진 왼쪽)와 그의 연인 로렌 산체스. 이들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 예정인 초호화 결혼식이 도시 일부를 점령하는 수준이라는 비판과 함께 현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사진 왼쪽)와 그의 연인 로렌 산체스. 이들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 예정인 초호화 결혼식이 도시 일부를 점령하는 수준이라는 비판과 함께 현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결혼식을 앞두고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들끓고 있다.

프랑스 언론 마담 피가로는 15일(현지시각) 도시 일부를 통째로 빌리는 듯한 호화 행사에, 주민들은 "도시를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거센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와 그의 연인 로렌 산체스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베네치아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언론인 출신 방송인 산체스와 수년간 교제해 온 베이조스는 그동안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 '과시형 연애'로 눈길을 끌었다. 호화 요트를 사들이고, 최근에는 자신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 로켓에 케이티 페리 등 유명 인사를 태우고 우주 관광에 나서기도 했다.

◇ '과시형 연애'의 정점… 도시를 빌리는 초호화 준비
이번 결혼식 역시 매우 호화로운 규모로 치른다. 엄선한 하객 약 200명만 참석하는 이 행사를 위해 호텔 5곳을 통째로 예약했고 수많은 수상 택시를 동원했으며, 베이조스의 거대 요트를 위한 전용 부두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주최 측이 경호와 주요 인사 이동을 위해 공공장소를 통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민과 관광객의 통행이 막히는 등 일상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시 전체가 들썩이자 주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라는 이름의 한 시민단체는 반대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종탑에 현수막을 내걸고 골목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며 "파렴치한 결혼식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베네치아는 무대가 아냐"… 엇갈린 시선 속 갈등 고조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베이조스는 귀빈이 아니라 세상의 상품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그는 베네치아는 물론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베네치아는 살아있는 도시이지,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이에게 빌려주는 무대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수많은 개인용 제트기와 요트가 내뿜을 탄소 때문에 환경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반면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코리에레 델라 세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긍정적 측면을 내세웠다. 그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며 "도시의 일상과 관광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당국 역시 "뜬소문과 가짜 뉴스가 많다"며 이번 결혼식이 도시에 큰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베네치아는 2014년에도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의 결혼식을 치른 경험이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오늘, 또 다른 유명인사의 결혼식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다르다. 이번 결혼식은 과잉 관광, 부의 쏠림, 도시 정체성 훼손 등 베네치아가 겪어온 오랜 사회 갈등을 드러내는 계기로 떠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