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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리스크 K산업 초비상] "최대 130달러까지 올라"…원가 부담에 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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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리스크 K산업 초비상] "최대 130달러까지 올라"…원가 부담에 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

이스라엘·이란 무역 충돌에 2달 만에 유가 70달러 돌파
전쟁 길어진다면 유가 최대 130달러대까지 치솟을 것
정유·화학·해운·항공 등 산업계 등 원가 부담 높아져
"유가 연동 보조금, 에너지 세제 완화, 물류 지원금 등 필요"
이란인들이 15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의 샤란 석유 저장소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다리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인들이 15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의 샤란 석유 저장소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다리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원가 상승에 따른 제조 비용 부담에다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경쟁력 악화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국내 기름값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 미국발(發) 관세 부과라는 복합 위기 속에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최대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시급하다는 게 산업계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 시설을 기습 공격한 이후 70달러대를 돌파했다. 공격이 감행된 당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72.49달러로 전일 대비 3.92달러 상승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각각 74.23달러, 72.98달러로 약 5달러씩 올랐다.

시장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길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더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경우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는 유가가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100달러 돌파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이 더 확대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종별 영향에는 차이가 있지만, 경기 침체와 미국발 관세 부과 등 복합 위기 상황에서 이런 급작스러운 지정학적 위기는 산업계에 치명적인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기업의 비용은 제조업 평균 0.67%, 서비스업 0.17%, 전 산업 평균 0.38%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정유업계는 수요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통상 유가 상승은 정유업계에 단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처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급등은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진다.

해운업계와 항공업계 역시 연료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월간 배럴당 6달러의 유가 상승이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면서 "국내 화학·정유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도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ℓ당 9.46원 오른 1705.98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8.89원 상승한 1584.26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각각 1.45원, 1.42원 오른 1631.72원, 1493.98원으로 집계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을 높여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수출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며 "중소 제조업체는 가격 전가력이 약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가 연동 보조금, 에너지 세제 완화, 물류 지원금 등 즉각적인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