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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뒤덮은 '反베이조스'…"초부유층 놀이터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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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뒤덮은 '反베이조스'…"초부유층 놀이터 전락"

시민단체 "억만장자의 도시 임대는 사회 체제 문제" 비판
市 "3000만 유로 경제 효과" 환영… 트럼프 딸 등 250명 참석
6월 2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로런 산체스의 결혼식을 앞두고 그린피스 이탈리아 활동가들이 베이조스를 비판하는 대형 현수막을 펼쳐 놓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6월 2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로런 산체스의 결혼식을 앞두고 그린피스 이탈리아 활동가들이 베이조스를 비판하는 대형 현수막을 펼쳐 놓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세기의 결혼식'이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환경 단체와 현지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관광객 과잉, 주거난으로 신음하는 도시가 '초부유층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까지 시위에 가세해 도시의 과도한 상업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단체 '모두가 일론(머스크)을 싫어해' 활동가들은 베네치아 중심부인 산마르코 광장에서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시위를 벌였다. 현수막에는 베이조스가 웃는 사진과 함께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은 더 낼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혔다. 현지 경찰이 신분증 확인을 위해 접근하자 이들은 현수막을 말아 철수했다.

이번 시위에는 'No Space for Bezos'라는 구호 아래 주거권 단체, 반크루즈선 운동, 대학생 모임 등 12개 남짓한 지역 시민단체가 연대했다. 이들은 베네치아의 공공서비스와 주거, 환경 보호를 VIP 행사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위에 참여한 시모나 아바테 활동가는 "문제는 결혼식 자체가 아니라 사회 체제"라며 "한 명의 거부(巨富)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도시 하나를 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번 시위가 특정 행사를 넘어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비판임을 분명히 했다.

◇ "도시는 매물 아니다"… 베네치아 곳곳 번지는 저항


일부 현지인들은 이번 행사가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인구는 꾸준히 줄어든 아름답지만 취약한 도시를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사례라고 비판한다. 이달 초 산마르코 종탑과 유명한 리알토 다리에는 'Venice is not for sale(베네치아는 매물 아니다)', 'No Space for Bezos' 등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일부 시위대는 결혼식 당일 운하에 띄우거나 배와 튜브로 수상 교통을 막는 '평화 저지' 행동도 예고했다.

◇ 市 "경제 효과" 환영… 주최 측 "부정 영향 최소화 노력"


반면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과 지역 상공인 단체는 이번 결혼식이 지역 경제에 2000만~3000만 유로(약 317억1100만~475억6650만 원)의 혜택을 줄 것이라며 환영했다. 주최 측 역시 "도시와 주민을 존중하고, 지역 고용을 창출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베이조스가 부유층인데도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소비 생활을 한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 베이조스 측은 베네치아 환경연구기관 코릴라(Corila)에 100만 유로(약 15억8555만 원)를 기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기부가 결혼식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4월부터 논의돼 왔다고 설명했다.

'세기의 결혼식'으로 불리는 이번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해 영화, 패션, 재계의 유명 인사 200~250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결혼식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행사는 오는 26일에서 28일 사이 3일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