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에 16조 원 추가 투자…미국 시장 점유율 2배 확대
"베트남은 늦었다"…인도·태국서 중국 팽창 선제적 차단
"베트남은 늦었다"…인도·태국서 중국 팽창 선제적 차단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에이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기자회견에서 "10년 뒤, 반드시 세계 1위로 복귀하겠다. 이를 위해 지금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환기에는 반드시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나온다. 승자가 되기 위해 지금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경영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 US스틸에 16조 원 투입…기술진 100명 파견
계획의 중심에는 지난 6월 약 141억 달러(약 19조2916억 원)에 인수를 끝낸 US스틸이 있다. 일본제철은 2028년까지 110억 달러(약 15조502억 원)를 추가로 투자해, US스틸이 만들지 못했던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전기차(EV) 모터 등에 꼭 필요한 고효율 전자기 강판 설비를 도입하고 새 제철소도 짓는다. 이를 통해 현재 1418만 톤(2024년 기준)인 US스틸의 조강 생산량을 10년 안에 2000만 톤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시모토 회장은 "US스틸은 오랫동안 쇠퇴해 기술자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선 일본에서 기술자 40명을 보내고, 장기적으로는 100명까지 늘려 생산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크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품질 높은 강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미국 2위 업체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점유율을 빼앗아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15%에서 두 배로 늘리겠다"고 자신했다.
◇ "인도·태국서 中 봉쇄"…글로벌 공급망 재편
세계 1위 복귀의 가장 큰 관건은 중국과의 경쟁이다. 중국은 자국에서 넘쳐나는 철강을 싼값에 수출하며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하시모토 회장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이미 (중국 때문에) 너무 늦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에서는 선제적인 증산으로 중국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제철은 유럽 아르셀로미탈과 함께 세운 인도 합작법인(AM/NS India)을 키워 앞으로 10년간 조강 생산량을 1500만 톤 더 늘릴 예정이다. 하시모토 회장은 "인도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태국 시장에서도 중국보다 한발 앞서 점유율을 확보해 중국의 팽창을 저지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일본제철은 2024년 중국 바오산강철과의 합작 관계를 정리하는 등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국제 공급망 분산을 서두르고 있다.
◇ '황금주'로 美 안보 우려 불식…"위험 감수가 사업"
하시모토 회장은 1년 반이나 걸린 US스틸 인수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를 최종 승인한 배경에는 "관세만으로는 미국 철강업을 다시 살릴 수 없다"는 현실 인식과 고용 안정을 바라는 현지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안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US스틸이 미국 정부에 거부권을 가진 '황금주(골든셰어)'를 발행하고 국가안보협정(NSA)을 맺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생산능력을 줄이거나 본사를 옮기는 등의 주요 결정에는 미국 정부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US스틸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설비 능력에 견줘 70%에 그치는 낮은 가동률을 꼽았다. 효율이 낮은 생산 방식과 낡은 설비 탓에 변동비가 높은 점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어 "우리 기술진을 보내 이 문제를 풀겠다"며 "우리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US스틸 기술자들이 일본 제철소와 연구소를 직접 보고 가장 잘 안다"고 덧붙였다.
막대한 투자 비용에 대해서는 "지난 6년간 일본에만 1조6000억 엔(약 15조1409억 원)을 투자했다"면서 "강재 수요만 있다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위험을 경쟁사보다 더 잘 관리하는 곳이 이익을 얻는다. 이것이 사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일본은 '모태 공장'으로…추가 M&A도 검토
한편 일본 내수 시장을 두고는 "수요가 5000만 톤 수준에서 주춤해 앞으로 4000만 톤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제철소는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키우는 '모태 공장(마더 팩토리)'의 역할을 맡는다. US스틸에 상주하는 기술 인력도 100명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시모토 회장은 "철은 많이 만들지 않으면 기술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없다. 규모가 필수"라며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수요가 확실히 늘고, 우리 기술력이 통하는 고급강 시장"이라는 두 가지를 인수합병 기준으로 밝히며 "독점금지법 같은 법적 제약도 고려해 신중히 기회를 살피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음 세대에게 꿈과 선택지를 남겨주기 위해 세계를 이끄는 회사가 되겠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력을 지켜 일본 제조업 전체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