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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AI, KF-21 보라매 본격 양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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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AI, KF-21 보라매 본격 양산 돌입

2032년까지 120대 공군 인도 목표…항공력 중추 대체
F-35 대안으로 부상…가격·기술 경쟁력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
서울 ADEX 2023에 전시된 KF-21 보라매 전투기. 한국의 독자 전투기 개발 기술력이 이룬 성과를 한눈에 보여준다. 사진=아미 레코그니션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ADEX 2023에 전시된 KF-21 보라매 전투기. 한국의 독자 전투기 개발 기술력이 이룬 성과를 한눈에 보여준다. 사진=아미 레코그니션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이 KF-21 '보라매' 전투기의 본격 양산에 돌입하며 국방 기술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정부가 2032년까지 총 120대 확보를 목표로 KF-21 양산 계획을 최종 확정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독자 개발 전투기를 핵심 전력으로 삼는 기술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국방 전문 매체 아미 레코그니션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양산 결정은 지난 10년간 쌓아온 연구개발 역량과 산업 기반이 이뤄낸 쾌거이자, 세계 5세대 전투기 시장의 경쟁 구도에 도전장을 던지는 출사표로 평가받는다.

방위사업청과 개발 주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두 차례의 순차 계약을 맺고 KF-21의 양산을 공식화했다. 2024년 6월 20대 물량의 첫 계약에 이어, 2025년 6월 20대를 추가하는 2차 계약을 마무리해 우선 블록 I 기종 40대의 생산을 확정했다. 이들 40대는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차례로 한국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앞으로 내부 무장 탑재와 스텔스 성능 강화 등 성능 개량이 예정된 블록 II 60대의 생산이 완료되면, 2032년까지 총 120대의 KF-21을 확보한다는 최종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KF-21의 본격 양산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은 과거 록히드 마틴과 T-50 고등훈련기를 공동 개발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면허생산국에서 독자 개발국으로의 전환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KF-21 프로젝트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국산 AESA 레이더를 비롯해, LIG넥스원의 전자전(EW)과 미사일 체계, 대한항공의 기체 부품 등 250곳이 넘는 국내 기업이 참여해 수직 통합된 산업 생태계를 갖췄다. 첨단 유리화 디지털 계기판(Glass Cockpit)과 강력한 쌍발 엔진 역시 국산 기술력의 결정체다.

이미 T-50과 이를 기반으로 한 FA-50 경공격기는 폴란드, 이라크, 필리핀 등에 수출되며 K-방산의 신뢰도를 세계 시장에 알렸다. 이 성공 신화는 KF-21의 수출길을 여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일한 공동개발 파트너인 인도네시아가 최대 48대 도입 뜻을 다시 밝힌 가운데, KF-21은 세계 시장의 쟁쟁한 다른 기종들과 견줘 뚜렷한 차별점과 경쟁 우위를 지닌다.

◇ F-35 대안 넘어 라팔·유로파이터와 ‘급’이 다른 경쟁력


KF-21은 아직 시제기 단계여서 양산까지 경험이 부족한 튀르키예의 카안(KAAN)보다 성숙한 산업 기반과 생산 준비성에서 앞선다. 1990년대 기술에 바탕을 둬 성능 개량이 제한적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나, 내부 시스템 통합 능력은 뛰어나지만 KF-21은 개방형 임무 체계를 통한 뛰어난 확장성과 낮은 수명주기비용이 돋보인다. 그리펜 JAS-39E는 비용 효율성과 신속한 기술 통합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KF-21의 쌍발 엔진은 더 강한 추력과 많은 무장 탑재량, 높은 생존성을 제공한다.

미국의 F-35A와 견줘보면 KF-21은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며,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같은 엄격한 수출 통제와 무장 운용 제한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국방 자율성을 중시하는 국가들에게 핵심 장점으로 꼽힌다.

◇ 독자 기술·개방성 무기… ‘K-방산’ 성공 방정식 잇는다


KF-21의 경쟁 우위는 체계적인 투자와 미래 비전에서 나온다. 해마다 53억 달러 이상의 국방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 자립을 꾸준히 추진해왔으며, KAI는 KF-21과 연동될 스텔스 무인전투기와 '충실한 윙맨(Loyal Wingman)'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미래 유무인 복합 전장 개념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생산이 본격화한 KF-21 보라매는 단순한 신형 전투기를 넘어, 기술력, 경제성, 전략적 협력이라는 3박자를 갖춘 기종으로서 세계 전투기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블록 II 개량이 완료되면 5세대급 전투기에 가까운 고성능을 발휘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