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달러 시장 흔드는 관세 전쟁...한국 화장품도 가격 오를 듯

미국 소비자들이 K-뷰티 제품에 쓴 돈은 2024년 17억 달러를 기록해 2023년보다 50% 넘게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위협했던 25% 부과금보다는 낮지만 많은 소비자가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펄 막(Pearl Mak·27세)은 BBC와 한 인터뷰에서 "내 스킨케어의 95%가 K-뷰티 제품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거친 느낌을 주는 서양 화장품 회사 제품보다 한국에서 생산한, 피부에 바르는 고농축 기능성 화장품이 피부에 더 맞는다"고 말했다.
K-뷰티 제품은 서구 제품보다 값이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민감한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하트리프(heartleaf)’에서 달팽이 점액에 이르기까지 서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성분도 들어 있다.
◇ 판매업체들, 관세 전 재고 확보 '안간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직후 미국 K-뷰티 판매업체들은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K-뷰티 판매업체 상테 브랜드(Santé Brand)는 지난 4월 트럼프가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 대한 미국 수입세를 모두 매긴 직후 주문량이 거의 30% 늘었다고 밝혔다.
상테 브랜드를 세운 샤이엔 웨어는 BBC에 "관세 발표가 나왔을 때 고객들이 폭풍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전략적으로 생각했다"면서 "소비자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K-뷰티 판매업체인 센티 센티(Senti Senti)의 위니 정 팀장은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시작한 뒤 더 많은 제품을 주문해 왔다"면서 "이번 주 공급업체에서 판매업체에 '관세 전에 비축하라'고 재촉하는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 가격 상승 현실화…작은 회사들 직격탄 걱정
두 판매업체 모두 관세 부담으로 업계 전반의 비용이 오름에 따라 K-뷰티 제품 가격 상승이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웨어 창립자는 "앞으로 2년 동안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순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의 이문섭 경제학 교수는 "특히 이윤이 적은 아마존 같은 곳에서 미용 제품을 파는 작은 판매자의 경우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에 있는 사업 컨설턴트 에얄 빅터 마무는 "큰 K-뷰티 회사는 작은 경쟁 업체보다 관세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훨씬 더 나은 자리에 있다"면서 "이윤이 더 높기 때문에 고객에게 주요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 팔리는 대부분 상품이 이미 현재 가격으로 준비되었기 때문에 발효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곧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격이 올라도 한국 문화의 세계적 인기로 K-뷰티 제품이 미국에서 계속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교수는 "일반 구매자는 더 높은 가격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팬들은 쉬운 대체품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팀장도 "고객이 여전히 K-뷰티 제품을 사고 싶어 할 것이지만 가격이 올라서 이전보다 더 적은 품목을 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유럽연합(EU) 수출품에도 한국과 같은 15% 관세를 매기는 합의를 맺었다. 펄 막은 "미국산 대안을 자주 찾지만 내가 쓰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아직은 미국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