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와 동일 선상 경쟁…현대차, 미국 내 생산·브랜드 재정비 시급
시장 다변화 등 통해 위기 속 기회 찾는 현대차그룹
시장 다변화 등 통해 위기 속 기회 찾는 현대차그룹

25%의 관세 적용은 면했지만, 그간 무관세였던 한국과 달리 일본과 유럽 브랜드에 적용됐던 2.5% 관세가 15%로 평준화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던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가격·브랜드·생산구조 전반의 재편이 필요해 보인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한·미 FTA로 인한 무관세 혜택을 누렸던 현대차그룹이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15% 관세를 적용받았다. 애초 현대차그룹은 한·미 FTA로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지만, 일본과 EU는 2.5% 관세를 적용받아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동일 선상에서 경쟁이 펼쳐지면서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의 차량 가격이 인상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브랜드 경쟁력에서 밀렸던 국산차 브랜드가 이제는 가격 경쟁력까지 일정 부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 놓인 것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가격 경쟁력 재확보를 위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가동 중인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 이어 전기차와 SUV 등 주요 전략 차종 생산라인 전환을 추진 중이다. 특히 기아의 텔루라이드, 현대차 팰리세이드 후속 모델을 비롯한 북미 인기 차종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더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전기차를 비롯해 전체 라인업의 하이브리드 모델 투입 등으로 시장에서 틈새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 불리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9월 부로 폐지되지만 할부구매의 경우 전 차종에 세제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전기차의 미래를 비관하긴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생산기지 이전으로 인한 공급망 변화가 필요해졌다. 단순히 조립을 넘어 부품 공급망을 미국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만큼 이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변화에도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부품업계의 경우 폐쇄적인 경향이 컸지만 이번 관세 변화 여파로 인해 공급망 다변화를 진행하며 국내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면서 "현재 타 브랜드에 비해 현지화가 부족했던 현대차그룹인 만큼 이번 변화를 시작으로 현지 부품업체와의 협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동시에 한국 생산 차량의 수출처 다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북미 대신 중남미와 중동·동남아 등 성장 시장에 대한 전략 수출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부품업계와의 '미국 내 동반 진출'도 모색되고 있으며, 일부 대형 협력사의 거점 이전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